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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부분 Sep 05. 2022

성실한 후회

<후회>

나는 자주 후회하는 사람이다. 침대에 누워 한참이고 잠에 들지 못하는 날이면, 이불을 차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되는 장면들이 떠오른다. 몸을 배배 꼬며 머리를 잡아 뜯으며 내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 싶은 순간들. 절대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나의 마음 따위는 개의치 않고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그때 그러지 말 걸, 아니면 적어도 이렇게 할 걸. 그것보다는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텐데..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몇 번이고 다시 시뮬레이션하며 과연 무엇이 최선이었을지 고민해 보지만 지나가버린 일에서 정답을 찾을 수는 없다.


만약 내가 했던 것들이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후회할 일도 없을 거다. 이전의 행동을 잘못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후회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이것 또한 분명 나의 선택이었겠지만) 정신을 다른 곳에 팔았거나 평소보다 생각을 덜 하고 한 행동과 말들에 짙은 후회를 남기게 된다. 이미 늦어 버린 것들에 후회를 싣는다. 돌이킬 수 있는 것들은 후회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때로 나 혼자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그저 후회하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후회는 두고두고 하는 거라지만, 눈과 마음을 돌려볼 생각도 하지 않고 이미 늦었으니 끝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다시 기회가 생길 수도 있는데 잡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시간이 많이 흘러 버렸기 때문이거나 힘이 많이 빠졌기 때문에. 인생에서 후회의 가장 큰 역할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거나 되돌릴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지 않는 데에 있으니,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후회도 성실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쪼록, 가능하면 후회를 많이 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러니까, 눈앞에 다가오는 매 순간들에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고 싶다. 사람에게든 일에게든 나 스스로에게든, 지나간 것을 자꾸 돌아봐야 하면 앞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가끔은 합리화를 하고 싶기도 하겠지만 그럴 때에는 굳이 합리화라는 이름을 붙여 스스로를 괴롭히기보다 그것조차 그 당시 나의 최선이었다고 믿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할 일은 계속 생길 것이다. 앞으로 남은 나의 날에 커다랗게 박혀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일 년이 지나도 후회되는 일도 있을 거다. 물론 적당히 하는 후회와 반성은 양분이 될 수 있을 거다. 스스로도 모르는 잘못을 고칠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휘청거릴 정도로 마음을 쓰지 않으려면, 결국 지금의 내가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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