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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cent Dec 08. 2020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에바 알머슨.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Eva Armisen. 18년 12월.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bincent_kim/ 2019. 1. 7. 1:33 작성.


제목이 이렇게 와닿는 전시가 있었을까.


에바 알머슨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누구라도 그럴 것 같다.


그림의 구도가 어떤지,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았는지,


현대미술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인지, 어떤 기법을 썼는지 몰라도 된다.

모네의 그림인지, 카유보트의 그림인지 헷갈려 하지 않아도 된다.

빼곡한 책자를 읽고 캡션 한 번, 그림 한 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볼 필요도 없다.


그저 아름다운 색에 빠져, 수줍게 벌름거리는 코를 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게 내버려두면 그만이다.


rosas para ti(roses for you), Oil on Canvas, 91 x 64cm, 2018


에바 알머슨을 처음 접한 건 5년 전 서울옥션 강남점에서였다. 그때도 부담없는 그림체와 행복한 묘사, 맑은 느낌으로 좋은 기억을 갖고 보았다. 전시를 주최한 디커뮤니케이션의 김대익, 이동하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10여 년 전부터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울옥션 전시 이후에도 아트페어나 하나은행 광고에서 가끔 접했고 작년에도 월드타워 애비뉴엘 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있었다고 한다. 익숙해서인지 큰 규모로 열리는 이번 전시가 반가웠다.


mmmm, Oil on Canvas, 160 x 130cm, 2017


학생 때는 한가한 평일 오후에 느긋하고 여유롭게 보는 맛이 있었는데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한가람이나 국현 같은 곳은 이제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많이 아쉽다. 아직 대규모 전시를 하지 않는 소소한 갤러리들이 그나마 안식처가 된다.


      

ideas, Oil on Canvas, 64 x 48cm, 2018 / en flor(blooming), Oil on Canvas, 53 x 46cm, 2018


이번에는 아주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주말 오후에 각오를 조금하고 미술관을 찾았다. 피카소와 큐비즘, 이매진 존레논 전시로 관람객이 조금 분산되길 바랐지만 전시 성격 상 가족 단위로 온 사람이 많아서인지 북새통을 이뤘다. 이런 전시에서 조금 여유롭게 감상 하는 팁이라면 오픈 시간에 맞추어서 가는 것. 그리고 더 좋은 것은 반대로 입장을 막는 시간 즈음 전시 초입으로 돌아가서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천천히 보면서 나오는 것이다. 


fría por fuera(cold on the outside) / astuta(astute), Oil on Canvas, 64 x 48cm, 2017


내가 알머슨의 그림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상의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나도 작은 것들에 감사하고 즐거움을 느끼려 많이 노력하는 편이지만 정신없는 일상 속에 세상 사람들과 서로 때를 묻혀가며 돈, 직업, 이성이 성공의 척도이고 행복의 잣대인 양 생각하고 말할 때가 많다.


고개를 들어 푸른 가을 하늘을 보고, 고개를 숙여 피어 있는 꽃을 보고 예쁘다고 하며 감상에 젖을 줄 아는 친구가 있었는데 항상 같이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졌다. 알머슨의 그림은 그 친구 같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사무실에서 퇴근 즈음 보는 진한 노을, 주말에 보는 그림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주는 행복을 놓치지 않도록 한번 돌아보게끔 한다.



un paseo(a walk), Oil on Canvas, 2018


또 다른 이유는 색이다. 김종학 화백의 설악산 풍경을 좋아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투박함보다는 섬세함이 돋보이지만 색의 조화로움이나 화려하지만 난잡해보이지 않는 세련됨은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보고 있으면 소재가 주는 느낌과는 별개의 즐거움을 준다. 이미지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en flor(blooming) / feliz(happy), Oil on Canvas, 100 x 81cm, 2018


el paseo(the walk), Oil on Canvas, 117 x 79cm, 2018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다가왔던 것은 아이들만을 위한 작품 설명이다. 첫 그림에 보면 낮은 위치에 빨간색 캡션으로 아이들을 위한 작품 설명이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 읽어보면 쉬운 표현으로 대화하듯이 그림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이전 국현 서울관에서 했던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또 다른 시작』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설명이 주요 작품마다 있었는데 참 좋았다.


그림을 볼 때 마음을 비우고 순수한 눈으로 편안하게 보는 것도 아주 좋은 감상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심지어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도 읽어보면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설명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정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llena de flores(full of flowers), Oil on Canvas, 130 x 170cm, 2018
amor(love), Oil on Canvas, 2018

또 한 가지 눈여겨볼 테마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그림들이다. 스페인 작가의 손으로 그려진 서울 풍경. 서울 배경으로 한 그림 속 인물들은 더욱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다만 서울에도 고즈넉하고 매력적인 곳들이 많은데 서울 테마 대부분의 배경에 고층 빌딩만 빼곡한 점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그래도 한국 전시를 위해 서울 풍경을 소재로 한 작업을 한 마음이 정말 고맙다. 다음 번에도 따뜻한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retrato de familia(family portrait), Oil on Canvas, 130 x 193cm, 2018


voy(coming), Oil on Canvas, 130 x 97cm, 2018
la cena(dinner), Oil on Canvas, 60 x 93cm, 2018


다소 의아했던 점 두 가지.

캡션을 보면 제목의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 뜻이 조금씩 다르던데 작가의 의도인지, 의역을 한 것인지.

오브제의 경우 작품에 대한 설명이 따로 없던 것.



#에바알머슨 #evaarmisen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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