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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cent Dec 08. 2020

DDP. 키스 해링: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Keith Haring. 18년 12월.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bincent_kim/ 2019. 1. 1. 23:19 작성,



뭐 대단한 일 하면서 사는 것도 아닌데 일주일에 짧은 글 하나 쓰는 게 참 쉽지 않다. 이번엔 한 주가 아니라 한 달이 되었다. 사실 이번에는 대단한 일 하느라 늦어지게 된 것도 있다. 대학생 때부터 미술과 연애 하느냐는 얘기를 종종 들었는데 이제 미술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생겼다. 18년 한 해, 더러운 일도 많고 성가신 사람도 많아 참 이름값 제대로 하는 해라고 생각을 했는데 예기치 않게 좋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 그간 쌓인 것들이 많이 녹아 내리는 기분이다.



키스 해링은 오픈하기 전부터 흥미가 많이 있었다. 그 이유는 최근에 당대 팝아티스트들의 전시를 제법 진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10월 파리에서 바스키아, 11월 롯데뮤지엄에서 케니샤프의 전시를 본 이후라 마치 앤디워홀과 함께한 3인방 중 하나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번 전시가 그 공간을 오롯이 메워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bsolut Downtown Wall Poster, 1987, Lower East Side NYC Wall, Absolut Ad, Photo by Joseph Szkodzinski, 2018. 롯데뮤지엄 케니 샤프 전시 작품 중 일부. 가운데 해링 버전은 이번 키스 해링 전에서도 볼 수 있다.



'팝아티스트'라고 일축하기엔 세 사람 뿐 아니라 그렇게 분류되는 작가들 모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서 뭔가 조심스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키스 해링은 간결하고 명확한 선과 면의 구성, 뚜렷한 이미지, 채도가 높은 원색을 사용하여 사회 문제를 다루며 캔버스 안에 국한되지 않고 길바닥, 벽면, 공공장소 등을 배경으로 예술의 대중화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팝아트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나 대중문화를 차용했다기보다는 아기, 천사, 동물 등의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점은 그만의 특색이다.


Retrospect, Silkscreen on Paper, 117 x 208cm, Edition no.42/75, 1989


몇 년 전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이 세워진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기대를 안고 있었지만 정작 완성되고 나서는 지리적으로 멀어서인지, 워낙 대중적인 행사와 전시 위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때문인지 거의 찾지 않았다. 아마 2년 전 쯤 친구가 프로젝트성 작품을 세웠을 때 한번 찾은 것이 다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방문했을 때 많이 헤맸다. 공간이 크기도 하고 다양한 이벤트들이 있어서 특정 전시에 대한 표지나 안내가 쉽지 않아서 특별한 안내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전시는 총 8개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1. 표출의 시작

2. 모든 이를 위한 스토리텔링

3. 예술적 환각을 위한 초월

4. 메시지, 음악을 통한 발언

5. '해링 코드', 심볼과 아이콘

6. '종말'이라는 디스토피아

7. 원시 에너지와의 조화

8. 시작의 끝, 그리고 끝의 시작



지하철역을 전전하며 그래피티를 하기 시작했던 초창기부터 병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일대기를 기준으로 작가가 다루었던 여러 가지 주제들을 정리하여 구성한 전시였다. 해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 아이들이 보아도 큰 무리없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기획력이 돋보였다.



케니 샤프의 전시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번에도 POP SHOP을 통해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 선 키스 해링의 태도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수만 달러의 작품을 한 명의 컬렉터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1달러짜리 예술 작품을 수만 명에게 판매한다."는 그들의 취지, 그것을 고매한 미술 시장에서 실행한 추진력은 정말 존경할 만하다.


잘 짜여진 전시, 키스 해링의 POP SHOP이라는 시도에 비해 다소 초라한 아트샵


개인적으로는 미술의 대중화에 있어서 항상 두 가지 생각이 부딪힌다. 하나는 널리 퍼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미술을 포함한 예술 시장 자체가 커지고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을 사랑하고 공부하고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다가가는 사람들만이 향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인기영합주의 전시를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평소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을 끌어들여 진입장벽을 낮추고 미술이라는 영역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준다는 긍정적인 생각. 그리고 예쁘기만한 인테리어에 실속 없는 컨텐츠로 대왕카스테라, *리단길, 네온사인 가득 박힌 청년** 식당/술집과 같이 본질은 겉핥기식으로 소화되고 '문화 생활'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한 철 sns 사진으로 가볍게 소비되어 버리는 것에 대한 불편함. 


막상 작가들은 어떠한 루트로든, 어떠한 방식으로든 알려지고 회자되는 것을 원하고 대중의 관심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지극히 제3자의, 주변인 같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많이 편협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많이 기울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옹기종기 모여 이번 전시에 대한 워크북으로 재잘대는 꼬마들을 보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때묻지 않은 눈으로 작품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요즘 들어 아이들을 위한 전시 프로그램이나 설명들이 여러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것 같은데 참 좋은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는 그냥 갑자기 끝맺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바스키아 #케니샤프 #키스해링 #앤디워홀 #POPSHOP #자하하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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