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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cent Dec 08. 2020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展. 19년 3월.

DAVID HOCKNEY.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bincent_kim/ 2019. 4. 15. 1:15 작성.



이번엔 그냥 오랜만이 아니라 정말 오랜만에 포스팅을 한다. 그동안 그림을 안 본 것은 아니다.


을지로입구역과 시청역을 잇는 지하도에 있는 작은 전시 공간에서 있었던 #쾌락정원 2019,



#학고재청담 의 개관전시 피오나 래,


삼청동 #호아드 의 GRAY IS GRAY와


여기서 두 번째 전시를 하는 #이지은 작가의 the universe, water and life,


제주도의 #본태박물관#이중섭미술관,


이태원 골목의 작은 갤러리 #Artichoke,


남양주의 #이정웅갤러리,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다녔다. 다만, 부서 이동 후 적응이라는 핑계로 리뷰를 주구장창 미뤄왔다. 리뷰 하나를 쓸 때 많은 내용을 완벽하게 담고 싶은 욕심에 부담을 가졌던 것도 공백에 한 몫 했다.


이제 어느 정도 생활 패턴이 자리 잡고 마음에 여유가 생겨 얼마 전 방문한 #서울시립미술관 에서의 #데이비드호크니 展에 대한 리뷰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조금 가벼운 느낌의 포스팅을 해보려 한다.



평소 서울시립미술관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고 있고 위치도 회사와 가까워 시간이 날 때 종종 찾고는 하는데 이번 전시는 여러 면에서 실망스러웠다.


첫째로, 과도하게 관객을 제지하는 알바들이 불쾌했다. 구석탱이에 박아놓은 캡션을 보기 위해 작품이 아닌 캡션에 다가간 아주머니를 깜짝 놀랄 정도로 제지를 한다거나 관람객의 어깨에 터치도 서슴지 않고 작품을 가리키는 것을 온몸으로 막는 모습, 촬영이 안되는 것은 알지만 '찰칵' 소리라도 나면 부리나케 달려와 당장 핸드폰을 열어 사진을 지우는 것을 똑똑히 확인까지 하는 모습들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하고 비싼 작품인 것은 알지만 이 정도로 유난을 떠는 것은 처음 볼 정도였다. 데이비드 호크니 재단에서 파견을 나온 직원이거나 성(姓)이 호크니인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로, 캡션을 아무 생각 없이 달아 놓은 듯 했다. 작품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거나 허리를 최대한 숙여 볼 수 있게 허벅지 위치에 있거나 위에 쓴 것처럼 구석에 접근도 못하는 곳에 있는 등 관객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 했다.


세번째로는, 재입장이 안된다는 것. 물론 다른 날 다시 무료로 오겠다는 게 아니다. 당황스러웠던 건 미술관을 나가는 것도 아니고 2층을 보고 3층으로 가면 2층으로 다시 올 수 없다는 것이다. 여유가 있을 때는 한번 전체를 둘러보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까다롭게 구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출입구가 헷갈린 관객 하나가 출구 쪽 커튼을 제치고 들어오려 하는데 도둑이라도 든 마냥 경망스럽게 내쫓듯하는 것도 보기 안 좋았다. 


마지막으로, 번역... 더 큰 첨벙이라니... 별로였다. 그냥 영어 제목 그대로 쓰는 것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전시 소개, 여러 블로그나 기사에도 더 큰 첨벙, 더 큰 첨벙, 정말 생경한 번역이자 표현인 것 같다.


사실 하나하나 보면 별 게 아닌 것들이다. 또 알바들도 직업 의식이 아주 투철한 사람들일 수도 있고 캡션이나 번역도 나름의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세세한 것들이 모이다 보니 정작 좋은 그림들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게 아쉬웠다.


전시를 다녀오고 며칠 뒤 칼럼을 읽었는데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http://naver.me/FIJ7H3Dg



안 좋은 얘기는 이만하고 전시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색감이나 전반적인 느낌, 주제, 구성이 비슷해서인지 몇 주 전 전시 소개를 본 이후 계속 데이비드 호크니가 아닌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라고 착각 했었다. 언뜻 보면 두 작가의 작품이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배경을 알고 조금 자세히 보니 호퍼가 표현하고자 했던 인간의 외로움과 상실감, 그리고 호크니가 묘사한 관조적 느낌의 인물과 사물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Edward Hopper, Nighthawks, Oil on Canvas, 84.1 x 152.4cm, 1942


David Hockney, My Parents, Oil on Canvas, 183 x 183cm, 1977


전시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1.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

2. 로스앤젤레스

3. 자연주의를 향하여

4. 푸른 기타

5. 움직이는 초점

6. 추상

7. 호크니가 본 세상


작가가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그림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어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세계를 훑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Tea Painting in an Illusionistic Style, Oil on Canvas, 232.5 x 83cm, 1961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위의 Tea Box는 133점의 작품 중 처음 나오는 그림인데 60년대에 캔버스 모양을 저렇게 변형해서 작업을 했다는 것이 그 시대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첫 챕터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라는 섹션의 첫 작품으로 전시가 되었나보다.


아... 평소에 사진으로 남겼던 작품을 보면서 전시의 느낌도 다시 한번 떠올려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구상하고 되짚어 보는데 이번 전시는 남아있는 기록도 없고 그냥 전반적으로 느낌이 안 좋아서 그만 써야겠다.


홍보 마찬가지다. "천 억 원 짜리", "현존 최고가 갱신 작가", "아시아 최대 규모"... 자극적인 문구만 잔뜩 나열해서 피상적인 호기심만을 자극한다. (정작 그 최고가를 갱신한 작품은 없다.) 서울시립미술관 홍보팀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개별 블로거나 기사들에 쓰인 문구라 어쩔 수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작품을 온 몸으로 막아낼 정도의 열정이면 그 정도의 관리는 해야하는 게 아닐까. 까다롭고 요구사항 많은 주최 측에서 그런 건 별로 신경을 안 썼나보다.


어떻게 보면 전에 말한 감자칩 같은 컨텐츠에 허덕이는 현대 사회에 딱 맞는, 아주 적절한 방식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전 한가람미술관의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이나 국현의 윤형근展』처럼 대중에게 좋은 느낌으로 어필하면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았던 모습들이 대조적으로 생각난다.



혹시 호크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주 진귀한 작품들이고 한번 보면 다시 볼 수도 없고 공유되어서도 안되는 그런 전시이니 인터넷으로 볼 생각하지 말고 직접 돈 내고 티켓 사서 작품 관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아트샵은 시립이라 최저임금이 많이 부담되는지 전시가 끝나기도 전에 닫으니까 도록 같은 걸 사려면 꼭 미리 가서 질서 있게 구매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쾌락정원 #학고재청담 #호아드 #이지은 #본태박물관 #이중섭미술관 #Artichoke #이정웅갤러리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호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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