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다 — 의욕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 생긴다
한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은 시기가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도 일어날 이유를 찾지 못했고,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손이 가지 않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도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시간이 흘렀다.
의욕이 생기면 그때 시작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의욕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이 책은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한다.
"의욕은 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순서가 반대다.
몸을 움직이면 뇌가 활성화되고,
뇌가 활성화되면 의욕이 생긴다.
의욕이 있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해야 의욕이 따라온다.
이것을 작업 흥분이라고 한다.
의욕이 없어도 일단 시작해본다.
그러면 뇌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의욕이 생겨난다.
생각해보면 경험적으로 맞는 말이다.
청소하기 싫어서 미루다가,
일단 걸레를 들었다가 어느새
온 집안을 청소하고 있었던 적이 있다.
운동하기 싫어서 소파에 누워있다가,
억지로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한 시간 넘게 걷고 돌아왔던 적도 있다.
시작이 어려웠을 뿐,
일단 시작하면 계속하게 된다.
그게 작업 흥분이었던 것이다.
몸을 움직이면 세타파라는 뇌파가 나온다.
세타파는 기억력과 집중력에 관여한다.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거나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활발하게 방출된다.
쥐 실험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가만히 쉬고 있을 때는 세타파가 나오지 않는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때, 그것도 그냥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외부 세계를 흥미롭게 탐색하고 있을 때만
세타파가 나온다.
특히 새로운 장소에 도착했을 때 다량으로 방출된다.
움직이는 것,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 이것이 뇌를 젊게 만든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진다고들 한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예전만큼 새로운 것을 빨리 익히지 못하는 것 같고,
이름이나 숫자가 잘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해마 자체의 성능은 나이가 들어도 크게 쇠퇴하지 않는다.
젊은이와 노인의 해마를 비교해도
기능적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한다.
문제는 세타파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세타파가 줄어드는 이유는
뇌의 노화가 아니라 타성이다.
매너리즘에 빠지면 뇌가 반응하지 않는다.
익숙한 것에는 세타파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의 기억력이 좋아 보이는 것은
뇌가 우수해서가 아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신선하다.
처음 보는 것, 처음 듣는 것, 처음 경험하는 것.
그래서 세타파가 활발하게 나오고,
기억력이 좋아 보이는 것이다.
삶에 익숙해진 어른과는 다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최근의 일상을 돌아보았다.
같은 길로 출퇴근하고,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같은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익숙하니까 빠르고, 빠르니까 좋다고.
하지만 뇌에게는 독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움이 없으니 세타파가 나오지 않고,
세타파가 없으니 뇌가 둔해지고,
뇌가 둔해지니 의욕도 사라진다.
저자는 매너리즘에 대해 흥미로운 설명을 덧붙인다.
매너리즘은 결함이 아니라고.
오히려 뇌에 필요한 기능이라고.
만약 페트병을 볼 때마다 일일이 놀라며 감격한다면,
다른 일에 지장을 받는다.
처음 봤을 때는 흥미를 느끼며 탐색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당연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다른 일에 전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뇌는 신속한 처리와 효율을 위해
익숙함이라는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매너리즘이다.
하지만 매너리즘은 해마의 활동을 억제해
뇌의 성능을 떨어뜨린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므로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책은 수면에 대해서도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기억을 정리하려면 최소 6시간,
최적화하려면 7.5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고 한다.
수면 중에 해마의 기억이 대뇌피질로 전달된다.
낮 동안 입력된 정보가 밤에 정리되고 저장되는 것이다.
그래서 잠을 충분히 잔 다음 날은 머리가 맑게 느껴진다.
그리고 놀랍게도, 눈을 감고 편안히 있는 것만으로도
수면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핵심은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뇌에게 독자적인 작업 시간을 주는 것이다.
잠을 이루지 못해도 괜찮다.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것만으로도 뇌는 정리 작업을 할 수 있다.
나는 책장을 넘기며 생각했다.
의욕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말아야겠다고.
일단 몸을 움직여야겠다고.
새로운 길로 걸어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봐야겠다고.
뇌가 알려준 것들 중에서,
이것이 가장 실천하기 쉬운 것 같았다.
책의 마지막 장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