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습작] 나트랑 2. 징크스

나트랑에 가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그 질문이 며칠째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도, 일을 할 때도, 잠자리에 누웠을 때도.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솔직히 두렵다.


거기 가면 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

아무 근거도 없는데, 그런 느낌이 든다.

나트랑에 가면 또 나쁜 소식이 올 것 같은.

작년에 그곳에서 겪은 일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다.

좋은 소식을 들은 직후에 나쁜 소식이 왔다.

그 순서가, 그 낙차가, 지금도 생생하다.


징크스라고 해야 할까.


미신 같은 것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조여든다.





며칠을 혼자 고민하다가, 결국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이 있다.

상담이라고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한다고 해야 할지. 정확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

다만 혼자서는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나트랑에 다시 가고 싶어요."


전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곳에 가면 무엇을 할 건가요?"


"잘 모르겠어요. 단지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요.

거기서 더럽혀진 기억을 씻어내고 싶다고 해야 할까요."


"씻어내고 싶다."

그는 내 말을 천천히 되풀이했다.


"네. 전에 그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거든요. 그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요.

해변도 좋았고, 호텔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그 일 때문에 모든 게 망가져버렸어요."


"그런데 왜 망설이는 건가요?"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두려워요. 거기 가면 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서요. 아무 근거도 없는데."


"징크스 같은 거군요."


"네. 그런 거예요."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전화기를 귀에 대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회색빛 하늘. 젖은 도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우산.


"사람이 어떤 장소를 다시 찾고 싶어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그가 말했다.


"첫째는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나는 이제 괜찮다, 이 장소를 이겨냈다, 그런 걸 확인하고 싶은 거죠.

이 경우 여행은 일종의 시험이 돼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렵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는 볼 수 없었지만.


"둘째는 씻어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때의 감정을 거기 두고 오고 싶다, 그 장소를 다시 중립으로 만들고 싶다, 그런 거죠.

이 경우 여행은 의식에 가까워요. 조용함이 필요하죠."


"의식."


"네. 장례식이나 졸업식 같은 거요. 한 단계를 마무리하는 의식."


"그리고 셋째는요?"


"도망이에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다, 다른 자극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이죠.

이 경우 여행은 마취제가 돼요. 돌아오면 공허함만 남아요."


나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는 어느 쪽일까요?"


"그건 스스로 판단해야 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첫째도 셋째도 아닌 것 같아요."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나는 왜 나트랑에 가고 싶은 걸까.

무엇을 증명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무엇을 씻어내고 싶은 걸까.


작년 그곳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그 감정들이 아직도 그곳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유령처럼.


내가 두고 온 감정의 잔해들이

나트랑의 해변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수습하러 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내버려두어야 하는 걸까.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겨우 눈을 붙였다.

잠에서 깬 것은 아침 해가 창으로 들어올 때였다.

머리가 무거웠다.

하지만 마음은 어젯밤보다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았다.




다음 날 '누군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질문이 하나 있어요."


그가 말했다.


"나트랑에서 하루를 보내고 밤에 호텔 방으로 돌아왔을 때, 무엇을 하고 싶을 것 같아요?"


"무엇을 하고 싶냐고요?"


"네. 술을 마시고 싶을 것 같아요? 아니면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을 것 같아요? 아니면 그냥 조용히 씻고 눕고 싶을 것 같아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왜 그런 걸 물어요?"


"그날 밤의 모습이 떠오르느냐가 중요하거든요. 그게 평온하다면 지금 가도 돼요.

하지만 긴장하거나 무언가를 확인하려 한다면, 아직은 때가 아니에요."


나는 눈을 감고 상상해보았다.


쉐라톤 나트랑의 호텔 방.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창. 저녁 시간.

하루 종일 해변을 걷다가 돌아온 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상하게도 선명한 장면이 떠올랐다.


샤워를 하고, 창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은 켜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파도 소리만 들렸다.

술은 마시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연락하지도 않았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끝났구나.


"평온할 것 같아요."


나는 말했다.


"그냥 조용히 앉아 있을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그게 딱 맞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가도 돼요."





하지만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요."


내가 말했다.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죠? 나트랑에 가면 또 나쁜 소식이 올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요.

아무 근거도 없는데."


"그 느낌은 예감이 아니에요."


그가 말했다.


"잔상이에요."


"잔상이요?"


"그때 나트랑에서 겪은 일이 뇌에 각인된 거예요.

좋은 시간 뒤에 나쁜 소식이 온다. 뇌가 그렇게 학습해버린 거죠.

하지만 그건 인과관계가 아니에요. 그냥 동시에 일어난 일일 뿐이에요."


"동시에 일어난 일."


"네. 나트랑이라는 장소가 나쁜 일을 불러온 게 아니에요.

그냥 그때 거기 있었을 뿐이에요. 지금은 상황이 달라요.

전쟁은 끝났고, 불확실성도 사라졌어요. 같은 일이 반복될 구조가 없어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나쁜 일은 장소를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시기를 따라다니는 거예요. 그 시기는 이미 지나갔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나는 나트랑이라는 장소를 두려워한 것이 아니었다.

그때의 감정, 그때의 상황, 그때의 나 자신을 두려워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다.

전쟁은 끝났다.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없다.


징크스라는 것은 결국 과거의 잔해일 뿐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이 미래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

그것은 예감이 아니라 공포다.

그리고 공포는 마주해야 사라진다. 피하면 커진다.


나는 결심했다.


나트랑에 가기로.




항공권을 예약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전화를 걸었다.


"가기로 했어요."


"잘했어요."


"근데 아직도 조금 무서워요. 징크스를 깨러 가는 건지, 아니면 징크스에 끌려가는 건지 모르겠어요."


"둘 다일 수 있어요."


그가 말했다.


"중요한 건 태도예요.

'깨야 한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아무 일도 없어야 한다'.

이런 생각이 커지면 여행은 의식이 아니라 시험이 돼요. 그러면 만족하기 어려워요."


"그러면 어떤 태도로 가야 해요?"


"깨도 좋고, 안 깨져도 상관없다. 나는 그저 다녀올 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나는 그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깨도 좋고, 안 깨져도 상관없다. 나는 그저 다녀올 뿐이다.


"알겠어요."


"어떤 장소는 다시 가서 무언가를 바꾸는 게 아니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러 가는 거예요.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전화를 끊고 나서 컴퓨터를 켰다.


항공권 예약 사이트에 접속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했다. 날짜를 선택했다.

금요일 출발, 월요일 귀국.

같은 날짜의 쉐라톤 나트랑 호텔도 예약했다.

반드시 이 호텔이어야 한다. 다른 곳은 의미가 없다.

짧은 일정.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잠시 멈췄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두려움 때문인지, 흥분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예약 완료 메시지가 떴다. 그것으로 결정은 내려졌다.

3일 후 금요일, 나는 나트랑으로 간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온했다.

며칠간 나를 괴롭히던 망설임이 사라져 있었다.

결정을 내린 것만으로도 어딘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창밖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겨울바람이었다. 차갑고 건조한 바람.

하지만 며칠 뒤면 나는 따뜻한 곳에 있을 것이다.

바다 냄새가 나는 곳. 파도 소리가 들리는 곳.


눈을 감았다.


나트랑의 해변이 떠올랐다.

하얀 모래사장. 푸른 바다. 야자수가 흔들리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나. 혼자. 완전히 혼자.

하지만 외롭지 않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잠이 들기 직전, 문득 그의 말이 떠올랐다.


나쁜 일은 장소를 따라다니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시기를 따라다닐 뿐이다.


그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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