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성공이 사람을 망친다

잊을 수 없는 쾌락에 대하여

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유형이 있다.

도박에 빠진 사람들, 마약에 손을 댄 사람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들이 어떻게 그 길로 들어섰는지 궁금했다.

누가 봐도 나쁜 선택인데, 왜 그랬을까.


이야기를 나눠보면 공통점이 있다.


처음부터 망가지려고 시작한 사람은 없다.

자신만은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번만 하고 그만둘 거라고 믿었다.

평생 그럴 생각은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예전에 상담을 진행한 의뢰인의 이야기다.

사업을 하던 분이었는데,

한창 어려울 때 친구의 권유로 처음 강원랜드에 갔다고 한다.

딱 한 번만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날 돈을 땄다. 꽤 큰돈이었다.

그 돈으로 급한 불을 껐다.


그 후로 한동안 가지 않았다고 한다.

가지 않은 게 아니라 갈 이유가 없었다. 당분간은.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면 위기가 또 온다.

돈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

그때 그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한 번 땄잖아. 그때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다시 갔다. 이번에는 잃었다.


잃으니까 만회하고 싶어졌다.

돈을 빌려서 또 갔다.

결과는 뻔했다.

결국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가족들과도 인연이 끊어졌다.

드라마 '카지노'속의 호구, '정석일'처럼 말이다.


첫 번째 성공이 그를 잡아끌었다.

그것은 성취가 아니었다.

뇌에 새겨진 잘못된 이정표였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 떠오른다.

예전에 유흥업소를 운영했다는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왜 그 일을 시작한 여성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다들 잠깐만 하겠다고 들어온다.

급한 돈이 필요해서.

목표 금액을 모으면 바로 그만두겠다는 거다.

그런데 한 번 그 돈을 경험하면 못 나간다.

하룻밤에 수십만 원을 버는 감각을 알아버리면,

어디 가서 한 달 내내 일하고 이삼백만 원 받는 게 견딜 수가 없다.


물론 그 말에는 빠진 게 많다.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건 돈만이 아니다.

빚, 협박, 낙인, 돌아갈 곳의 부재.

구조적으로 빠져나오기 어렵게 설계된 함정들이 있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에서 한 가지는 남았다.


빠른 보상을 한 번 경험하면,

정직한 시간의 무게를 견딜 수 없게 된다는 것.


처음 들어올 때의 다짐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진다.

몸에 밴 경험은 그렇지 않다.




도박도, 마약도, 그리고 그 여성들의 이야기도 결국 같은 구조다.

무서운 건 이 구조가 거창한 일에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비슷한 함정에 빠진 적이 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시간이 걸리는 정공법 대신 임시방편으로 해결한 적이 있다.

그때는 운 좋게 잘 넘어갔다.

안도감이 들었다. 그 안도감이 달콤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비슷한 상황이 오면 또 그 방법이 먼저 떠올랐다.

제대로 된 방법을 찾는 대신, 예전에 통했던 요령이 손짓했다.

편하니까. 빠르니까.

지난번에 됐으니까.


한 번 성공한 경험은 학습이 된다.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그리고 뇌는 빠른 보상을 기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처음부터 '그런 길'에는 들어서지 말아야겠다고.


나는 이제 안다.

나 자신이 그렇게 강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한 번 맛을 알면 거기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젊었을 때는 몰랐다.

의지만 있으면 다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얼마전 부터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의 목록을 만들고 있다.


남들이 다 해도, 나는 안 할 것들.

어떤 사람들은 잘 제어하겠지만, 내가 이길 자신이 없는 것들.

강하지 않기에, 나를 유혹 앞에 세우지 않기로 한다.


기억되지 않은 쾌락은 욕망을 깨우지 못한다.

한 번도 맛보지 않았다면, 그리워할 일도 없다.


그게 내가 찾은,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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