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구멍이 필요한 이유

오래오래 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는

한창 열심히 할 때가 있었다.


5킬로미터 떨어진 수영장을 아침마다 뛰어서 다녔다.

새벽에 일어나 러닝으로 가서 수영을 하고 돌아왔다.

처음 며칠은 힘들었지만, 곧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체력이 오르면 습관처럼 계속할 수 있을 줄 알았다.


2주쯤 지나니까 몸이 적응하는 것 같았다.

좋아, 이대로 가면 되겠다.

한 달이 지나면 완전히 내 것이 될 거다.

그렇게 믿었다.


한 달이 되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가 왔다.

아침에 눈을 떠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항상 몸이 지쳐있다보니 러닝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수영장에서는 기력이 바닥나서 일찍 나오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잦았고, 결국 둘 다 멈췄다.

그 후로 몇 달간, 수영장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




식단도 마찬가지였다.


허리가 아파서 살을 빼기로 했다.

닭가슴살, 샐러드, 현미밥.

하루에 한두 끼를 그렇게 먹었다.

첫 주는 뿌듯했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 이렇게 먹으면 건강해지겠구나 싶어서 닭가슴살을 잔뜩 사들였다.

많이 사면 싸니까. 냉동실이 꽉 찼다.


2주쯤 지나니까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참으면 돼. 습관이 되면 괜찮아질 거야.

그렇게 버텼다.


한 달이 되니까 꼴도 보기 싫어졌다.


닭가슴살 포장을 뜯는 것조차 싫었다.

왠지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먹기가 망설여졌다.


어느 날 저녁, 결국 치킨을 시켰다. 말 나온김에 맥주와 하이볼도.

한 번 무너지니까 걷잡을 수 없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냉동실의 닭가슴살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몸무게는 원래대로 돌아갔다. 아니, 오히려 더 늘었다.

요요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다시 식단을 시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닭가슴살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거부감이 들었으니까.




왜 이렇게 됐을까.


의지가 부족해서?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다른 사람들은 잘만 하던데.

스스로를 탓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문제는 의지가 아니었다.


무리를 했다. 처음부터 너무 세게 조였다.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매일 아침 뛰어야 한다.

매 끼니 닭가슴살을 먹어야 한다.

예외는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처음에는 의욕이 그걸 버티게 해준다.

이번에는 진짜 해보겠다는 마음.

하지만 의욕은 연료와 같아서, 언젠가는 바닥난다.

그때 남는 건 피로와 권태뿐이다.


숨구멍이 없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으니 터져버린 것이다.




얼마전 술을 끊기로 했다.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도 몇 달씩 끊었다가 다시 마시고,

또 끊었다가 다시 마시고. 그 반복이었다.

'평생 안 마신다'고 결심하면 오래 못 갔다.

마음 한편에서 자꾸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평생 안 마실 수 있을까.

인생이 너무 팍팍해지는 건 아닐까.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번 가는 여행에서는 마셔도 된다.

그 대신 나머지 날에는 마시지 않는다.

완벽한 금주가 아니라 '거의 금주'다.

숨구멍을 하나 만들어둔 것이다.


지금 겨우 3주째다.

아직 성공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

왠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약 2주 후면 여행이다. 거기서 마시면 된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참아'라고 말했더니

놀랍게도 수긍하는 스스로를 발견했기 때문.


막상 여행지에 가면 또 안 마시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때대로 다른 즐거움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마셔도 된다'는 가능성 자체가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주변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몇몇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술이나 담배 같은 건, 단번에 딱 끊어버려야 해' 라고.

나도 안다. 그게 일반론이라는 걸.

하지만 내 경우는 그 방법으로 실패를 거듭해왔었다. 지금까지.




완벽하게 하려다가 아예 못 하게 되는 것.


이게 내가 그동안 반복해온 패턴이었다.

100을 하려다가 0이 되는 것.

80을 꾸준히 하는 게 훨씬 나은데,

처음부터 100을 목표로 잡으니까 결국 0이 됐다.


이제는 안다.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다.

의지로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를 강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포기했다.

대신 약한 나를 인정하고,

약한 채로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숨구멍이 있는 구조.


그래야 오래 간다. 그래야 무너지지 않는다.

내 경우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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