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을 다루는 연습
도수 치료를 마치고 나오니 밤 여덟 시였다.
공기가 차가웠다.
몸 전체가 김치찌개를 원했다.
흰 쌀밥 위에 빨간 국물, 살코기 듬뿍 든 김치찌개.
그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명절연휴가 곧 다가온다.
서면을 일곱 건 쓰고, 새 사건 연락을 받고,
퇴근하자마자 치료실로 갔다.
한 달째 이어온 식단 관리에 몸이 지쳐 있었다.
시장 골목을 지날 때 매운 냄새가 흘러나왔다.
다행히 대부분의 밥집은 이미 문을 닫았다.
먹으려면 배달을 시키거나 술집에 들어가야 했다.
술은 끊었고, 배달음식도 먹지 않는 중이었다.
이런 종류의 배고픔은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운동으로 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한동안은 그게 통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통하지 않았다.
운동량을 늘려도 체중은 줄지 않았다.
새벽에 달리고 저녁에 수영을 해도 숫자는 그대로였다.
어느 날 운동을 마치고 체중계에 올라섰는데,
한 달 전보다 오히려 늘어 있었다.
운동화를 신발장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날 밤부터 먹기 시작했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허탈해서 먹었다.
이번에는 방식을 바꿨다.
한 달만 해보기로 했다.
그 한 달이 끝나면 여행을 가기로 했다.
거기서는 먹고 싶은 것을 먹어도 된다.
끝을 정해두었다.
그리고 그 한 달의 마지막 이틀이었다.
몸에게 말을 걸었다.
안다.
먹고 싶은 거.
이틀만 지나면 된다.
몸은 대답 대신 더 강한 식욕을 보냈다.
위장이 수축하는 느낌,
입안에 침이 고이는 느낌.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협상하는 기분이었다.
마트에 들어가 저지방 참치 한 캔을 샀다.
타협이라고 생각했다.
김치찌개 대신 참치 비빔밥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집으로 걸어오며 건강 관리 앱을 열었다.
생각보다 이미 많이 먹은 날이었다.
아침에도 볶음밥, 점심에도 볶음밥, 운동 전 초코바까지.
다시 말을 걸었다.
먹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순서를 바꾸자.
지금 할 일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결정하자.
집에 도착해 단백질 셰이크를 탔다.
맛은 별로였다.
마시고 나서도 김치찌개 생각은 남아 있었다.
만 보 걷기가 남아 있었다.
삼십 분 정도 걸었다.
시장 골목은 피했다.
냄새가 없는 길을 골랐다.
집에 돌아와 스트레칭을 했다.
몸에 열이 오르자 식욕이 조금 낮아졌다.
의지로 누른 것이 아니었다.
눈을 감고 앉았다.
호흡에 집중하려 했지만
머릿속에서는 김치찌개가 완성되고 있었다.
빨간 국물에 밥을 비비고,
살코기를 한 점 올려 입에 넣는다.
상상으로 한 그릇을 비웠다.
실제로 먹지 않았는데도
허기가 조금 가셨다.
눈을 떴을 때
몸에는 열이 남아 있었고
마음은 조용해져 있었다.
김치찌개 생각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두 가지가 있었다.
이틀이라는 마감.
그리고 체온.
막연한 결심은 내게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 뒤에 여행이 있다는 사실은
이상하게 버틸 수 있었다.
의지가 아니라
몸이 식욕을 낮췄다.
늘 참거나, 아니면 지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순서를 바꿨다.
시간을 벌고
그 사이 다른 일을 했다.
그러자 충동은 스스로 줄어들었다.
김치찌개를 떠올리기만 해도
아직 침이 고인다.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참치를 비벼 먹을 수 있다.
'내 몸'과의 첫 번째 협상이
김치찌개를 두고 벌어졌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하면 조금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