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린 하루
도착한 첫날, 어쨌든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약간의 후회가 먼저 올라왔다.
이번엔 투어를 너무 빡세게 잡은게 아닐까.
솔직히 내게 여행이란 원래 이런 의미가 아닌데,
일정이 생각보다 타이트했고 그게 은근히 압박이 됐다.
나는 파타야에 ‘관광’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조금 느슨하게 숨 돌리러 온 쪽에 가깝다.
혹시 심심할까봐 현지 투어를 넣었는데,
막상 와보니 그게 ‘심심함’이 아니라 ‘압박’이 되었다.
다음부터 조심하면 된다.
문제는 오늘 아침이었다.
원래라면 아침에 슬슬 편안한 마음으로
해변가를 산책해야 하는데, 왠지 마음이 편안하지가 않았다.
오후 투어가 머릿속에 계속 걸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눈을 떴으니 몸을 좀 깨우자 싶어서,
조깅 겸 바람 쐬러 잠깐 나갔다.
파타야 비치로 나가봤다. 역시 날이 덥다.
예전에 왔을 때도 파타야는 해가 뜨고 나면
너무 더워서 달리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도 느낌이 비슷했다.
애초에 기록을 재거나 훈련을 하러 나온 게 아니라서,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오후에 투어가 있다 보니, 영 마음에 걸렸다.
“좀 더 가고 싶은데, 괜히 무리했다가 컨디션 망치면 어쩌지”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조금 가다가 돌아왔다. 배도 고팠다.
해변가 술집에는 아침부터 백인 노년 남성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많았다.
맥주나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옆에는 현지인 여성이 함께 있는 경우가 꽤 보였다.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한국인의 눈으로는 확실히 어색한 풍경이었다.
여성들은 옷차림과 화장이 유독 진했고,
지나가던 내게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전에는 술을 못 판다고 들었는데,
바에서는 되는 것 같기도 했다.
호기심이 없진 않았지만,
말도 안 통하고 그런 대화 자체를 즐기는 편도 아니라서,
그냥 편의점을 찾아 얼른 돌아오기로 했다.
파타야 시내 편의점은 거의 다 세븐일레븐인 것처럼 보였다.
돌아다니다가 큰 세븐일레븐 하나를 발견했다.
내가 묵는 숙소는 저렴한 편인데, 커피나 차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런 건 사실 처음이었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이 급해서, 캔커피를 하나 골랐다.
문제는 결제였다.
운동하러 나온 거라 현금을 안 들고 나왔다.
그래서 유튜브 보고 준비해 간 GLN(QR결제)을 내밀었다.
영상에서는 태국 대부분 상점에서 쓸 수 있고,
심지어 야시장에서도 결제 가능하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편의점이면 당연히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직원이 “그게 뭐냐”는 반응을 보였고, 결론은 안 된다고 했다.
다행히 신용카드를 한 장 들고 나가서 카드를 내밀었더니,
이번엔 또 뭔가를 설명한다.
영어인 것 같은데 알아듣기 어려웠고, 서로 말이 꼬였다.
그러다 직원이 태국어로 적힌 스티커를 가리켰다.
내가 읽을 수 있었던 건 숫자 200뿐이었다.
순간적으로 “수수료가 200바트냐”라고 물었고,
직원은 “yes”라고 했다.
35바트짜리 커피를 사는데 200바트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너무 말이 안 돼서, 결국 그냥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왔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수수료가 아니라,
200바트 이상 구매해야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였다.
다시 그 편의점을 찾아가 결제를 해보고 싶었는데,
지나가다 들어간 곳이라 어디인지 끝내 못 찾았다.
이런 게 여행의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파타야에서는 아직 현금이나 신용카드(조건 충족)가 제일 편하다.
GLN은 적어도 내가 다닌 동선에서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오니 배가 고팠다.
현금을 챙겨 가까운 식당으로 갔다.
이번에 숙소를 저렴하게 잡은 건 “정기여행”을 전제로 했기 때문인데,
막상 오니 선택이 조금 아쉬웠다.
조식 옵션도 선택하지 않았고, 호텔 시설도 특별히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거의 900m~1km였다.
뭘 하나 사러 나가려면 왕복 2km가 된다.
요즘은 아침을 먹는 습관을 조금씩 기르는 중인데, 배가 꽤 고팠다.
“가까운 편의점 찾기도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는 편의점 가려다, 그냥 숙소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숙소 근처에 외국인들이 많이 앉아 있는 식당이 보였다.
Sammy’s Bar였다.
사실 이게 내겐 의미가 있었다.
동남아에서 식당에 가본 적은 많아도,
혼자 들어가서 내가 결정해서 먹어 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보통은 한국인이 많은 식당을 검색해서 가거나
숙소 안에서 해결하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뭘 사먹곤 했다.
그래서 이때, 식당 문 앞에서 잠깐 망설였다.
메뉴도 현지식을 먹을까 하다가,
결국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를 시켰다.
다들 그걸 먹고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커피가 필요했다.
커피가 나왔는데, 커피를 마시니까 정말 좋았다.
그리고 '여행왔으니까' 하면서
레오 맥주도 한 병 시켰다.
원래 오전에는 술을 못 판다고 들었는데, 식당에서는 그냥 파는 분위기였다.
음식은 생각보다 천천히 나왔다.
구운 식빵 2장, 버터, 계란후라이 2개,
베이크드 빈, 소시지 2개, 구운 토마토 반개,
해시브라운 1개, 튀긴 토스트 같은 빵 조각, 베이컨 몇 조각…
대략 그런 구성이다.
전체적으로 맛은 있었다.
다만 튀긴 토스트와 해시브라운은 너무 딱딱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고,
소시지는 향신료 맛이 강해서 먹기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베이컨은 달랐다.
나는 호텔 조식에서 베이컨을 볼 때마다
“서양 사람들은 왜 아침부터 저 말라비틀어진 비계를 먹지”가 늘 궁금했는데,
여기 베이컨은 그냥 돼지고기, 특히 살코기 느낌이 강했다.
이런 거라면 납득이 된다.
그렇게 로컬 식당 혼자 가기 첫 도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가격은 220바트, 1만 원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내가 고른 곳에서, 내가 주문하고, 내가 먹었다”는 경험값이 포함된 느낌이었다.
잘 먹고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를 먹고 맥주까지 한 병 마신 이 아침은
여행자의 아침이라기보다 ‘살아있는 사람의 아침’ 같았다.
그게 좋았다.
식사 후, 이것저것 살 게 있어서 산책 겸 걸었다.
세븐일레븐은 아니지만 현지 마트 같은 곳을 하나 발견했다.
선크림, 얼굴에 바를 로션, 물 같은 걸 샀다.
칫솔·치약을 살까 고민도 했다.
예전에는 숙소에서 제공하니 살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 숙소는 제공되는 양도 작고 질도 애매했다.
결국 안 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살 걸 그랬다.
저가 숙소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생활’에 가깝다.
커피도 마찬가지였다.
믹스커피를 살까 고민했는데,
너무 대량이라 한국에 가져갈 생각도 없어서 안 샀다.
그런데 며칠 지나고 나니 그 역시 후회가 남았다.
“당장 필요하면 사는 게 맞다”는 단순한 진리를 여행은 자꾸 확인시킨다.
장 보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
오후 1시쯤, 첫 번째 투어가 시작됐다.
진리의 성전(진리의 사원) 투어였다.
현지 투어는 처음이라 기대가 없진 않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가격이 저렴한 대신 재미는 애매했다.
말 그대로 ‘투어’였다.
1시까지 픽업이라고 해서 로비에 앉아 기다렸는데,
아무 말도 없고 사람도 안 보였다.
규정상 10분 지나도 안 나오면 노쇼로 간주하고 떠난다고 해서,
불안해서 밖으로 나가봤다.
그랬더니 그냥 흰색 세단 한 대가 서 있었다.
혹시나 해서 운전석 창문 쪽으로 가서 확인했더니, 그 차가 맞았다.
이 과정부터가 “내가 찾아가야 하는 투어”였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투어들은 대체로
가이드가 사람을 찾아다니고 연락하고 챙겨주는 방식이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확인하고 타야 했다. (물론 이게 원래 정상이다.)
차를 타고 가다가 다른 호텔에서 한국인 남성 두 명을 더 태웠다.
결국 운전사 1명 + 한국인 관광객 3명(나 포함) 구성으로 이동했다.
현장에 도착하자 운전사가 매표소에서 티켓을 사서 우리에게 주고,
“5시까지 이 자리로 와라”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그게 끝이었다. 이동 + 티켓 + 왕복. 상품의 핵심은 그거였다.
사실 이것도 투어는 맞다.
다만 ‘설명’이나 ‘케어’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나는 어느 정도 그걸 기대했는데, 막상 와보니 거의 없었다.
그리고 투어에서 사람들끼리 친해지느냐 하면, 내 경우엔 쉽지 않았다.
대부분 가족 단위가 많고, 나는 개별 투어를 따로따로 신청해 멤버가 계속 바뀌었다.
며칠 내내 같은 팀으로 다니는 게 아니니 친해질 계기가 적었다.
그렇다고 불편한 건 또 아니었다.
혼자 여행을 하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질문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나는 그런 게 조금 부담스러운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쿨하게 “투어만 하고 흩어지는 방식”이 편하기도 했다.
다만 내가 익숙했던 방식이 아니라 조금 당황했을 뿐이다.
진리의 성전은 숙소에서 약 34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목재로 된 거대한 건축물인데, 역사가 아주 오래된 유적이라기보다는
지금도 계속 건축 중인 공간에 가까워 보였다.
불교·힌두 세계관을 바탕으로 조각을 계속 추가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특이한 점은 복장 규정이었다.
사원이니 긴 옷을 입어야 했다.
나는 긴 바지를 입고 갔지만, 짧은 옷을 입은 여성들은
큰 타월 같은 걸 대여해서 둘러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별로 언어 가이드가 따로 운영됐다.
영어/러시아어/중국어 등 언어별로 모아서 입장시키는 방식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쯤이었고,
한국어 가이드는 오후 3시 30분에 한 번 있었다.
나는 그걸 기다릴 수 없어 영어 가이드 그룹에 끼어서 들어갔다.
건축물은 정말 좋았다.
그런데 영어 설명이 너무 빠르고, 집중해서 듣는 게 꽤 스트레스였다.
게다가 시차가 있다. 내 몸은 이미 한국 시간으로 저녁에 가까웠고,
나는 아침식사 이후 아무것도 못 먹은 상태였다.
더운 날씨에 계속 걷고, 안전모까지 쓰고, 영어를 들으며 이동하니
중간에 현기증이 나고 속이 미식거렸다.
그래서 중간에 혼자 의자에 앉아 20~30분 정도 쉬었다.
목조 건물이라 그런지 그늘 아래는 생각보다 시원했고, 조금 앉아 있으니 정신이 돌아왔다.
그때 내가 혼잣말처럼 남긴 현장 멘트가 있다.
지금 진리의 성전인데, 갑자기 속이 미식거리고 현기증이 나서 한 20분 앉아 있었다.
어제 장거리 이동을 했고, 잠도 많이 못 잤고, 평소에 안 하던 걸 몇 가지 했다. 안 먹던 맥주도 마셨고, 아침부터 움직였고,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다. 온도는 땡볕에 30도쯤 되는 느낌이었다. 많이 걷는 것도 부담이었다.
거기다가 가이드가 영어로 계속 이야기하니까 알아듣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솔직히 빨리 숙소로 돌아가 쉬고 싶었는데, 5시까지는 여기 있어야 했다.
목조 건물이라 그런지 그늘은 시원하고 좋았다.
회복되면 살살 걸어 다녀봐야 했다.
내일은 아침부터 물놀이를 해야 한다.
오늘은 정말 일찍 자야 한다.
조금 회복한 뒤 다시 천천히 구경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 사원을 만든 사람이
자신의 세계관을 조각과 구조로 표현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표현은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요지는 그런 방향이었다.
나는 이 문장이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예전에는 ‘도움’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것을 내주고,
그 결과 관계가 악화되는 경험도 있었다.
그래서 인생 후반기에는 그 균형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 상태에서 이 문장이 들어오니,
그냥 좋은 말이 아니라 ‘현실적인 규칙’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버티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한국어가 들렸다.
하루 한 번 있는 한국어 가이드가 시작된 것이었다.
여기서 재미가 확 올라갔다.
확실히 모국어는 다르다.
영어 가이드는 “듣는 것 자체가 일”이었는데,
한국어 가이드는 “이해가 되니까 감상이 된다”는 쪽이었다.
흥미로운 건, 한국어 가이드 그룹 인원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어 그룹은 수십 명이었는데, 한국어 그룹은 대여섯 명 정도였다.
파타야에 한국인이 많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적어도 이 투어 타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어 설명을 들으며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덧 4시가 넘었고, 5시가 가까워졌다.
설명을 다 듣고 방명록에 글을 남긴 뒤,
마지막으로 잠시 앉아 쉬었다가 나왔다.
“두 번 다시 올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조금 정리되는 곳이기는 했다”는 느낌이 남았다.
이제 약속 시간에 맞춰 차를 타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현실을 만났다.
가이드는 나를 찾아주지 않았다. 내가 찾아야 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방향 감각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시간 맞춰 내려갔는데,
우리가 어떤 차를 타고 왔는지, 어디 주차했는지 기억이 흐릿했다.
같이 온 한국인 관광객 두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미팅 시간 5시가 다가오는데, 혼자 성전 주변과 주차장을 몇 바퀴나 돌았다.
결국 주차장 쪽에서 차를 하나하나 확인했고,
5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우리가 타고 온 차를 찾았다.
다른 관광객들은 이미 타고 있었고,
운전사는 아무 연락도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황스럽고 어이없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현지 투어의 방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식 서비스를 기준으로 기대하면 계속 삐끗한다. 기준을 바꾸는 게 맞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 잠시 들렀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편의점을 갈까 하다가 너무 멀어서 또 고민했다.
그러다 아침에 갔던 식당 옆에 다른 식당이 하나 더 있는 걸 봤다.
이번엔 그 식당에 들어갔다.
그런데 손님이 나밖에 없었다.
맥주 한 병을 시키고 메뉴를 보다가 닭가슴살 카레라이스로 보이는 걸 하나 주문했고,
태국에 왔으니 똠얌도 하나 시켰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손님이 없는데도 음식이 나오기까지 20~30분 정도 걸렸다.
그동안 맥주를 한 병 마시고 “작은 맥주를 하나 더 시킬까” 고민하고 있을 즈음,
백인 노년 남성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그들은 단골처럼 보였다.
주인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그들은 맥주나 생수 한 병을 시켜 놓고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하염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때 알았다.
아, 여기 분위기는 이런 곳이구나.
‘식당’이라기보다 ‘동네 거실’ 같은 곳이구나.
그래서 나도 배가 고팠지만 여유 있게 바깥을 봤다.
그렇게 기다리니 음식이 나왔다.
카레라이스는 소스가 달았다. 코코넛 같은 게 들어간 느낌이었다.
매운맛은 거의 없고 단맛의 카레였다.
그런데 맛은 있었다.
똠얌은 면이 없는 탕 형태였다. 걸쭉했고, 시고 진한 맛이 있었다.
검색해 보니 똠얌은 ‘시다’ ‘끓이다’ 같은 의미가 섞여 있다고 하던데,
체감으로는 김치찌개와 가까운 편이었다.
맥주 마시고 거칠어진 속을 달래기에 좋았다.
이번엔 ‘창’ 맥주로 갔다.
술 자체보다 “오늘 하루가 끝나간다”는 신호 같았다.
가격은 399바트 정도였다. 대략 1만6천 원 정도.
태국 물가가 전체적으로 어떤지 단정하긴 어렵지만,
“무조건 싸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마 외국인을 주로 상대하는 위치라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대신 마사지는 확실히 싼 편으로 보였다.
마사지 가격표를 보면 “태국은 마사지의 본고장”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정작 마사지를 한 번도 못 받았다.
일정이 빡세니 이런 게 빠진다.
식사 후 가볍게 산책을 했다.
편의점까지 걸었다.
가는 길에 카피바라를 보고 만질 수 있는 카페도 보였다.
여행지에는 꼭 이런 ‘현지의 유행’ 같은 게 하나씩 있다.
편의점에서 물과 과일 같은 걸 사고 숙소로 들어갔다.
씻고 잠이 들었다. 피로가 덜 풀린 느낌이었다.
내일은 아침부터 또 움직여야 했다.
여기 시간으로 아침 8시에 해양 액티비티 투어가 잡혀 있었다.
두 번째 투어다. 그래서 더더욱 오늘은 일찍 자야 했다.
아. 그리고 해프닝이 하나 더 있었다.
샤워를 하려고 하는데 물이 너무 뜨거웠다.
뜨거운 정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아무리 돌려도 뜨거운 물만 나와서 도저히 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호텔에 문의했다.
너무 뜨겁다, 찬물이 안 나온다.
직원은 알았다고 체크하겠다고 했다.
1시간 가량 걸린다고 해서 잠시 나갔다 돌아왔다.
그런데 여전히 뜨거웠다.
다시 이야기하니 그제서야 직원을 방으로 올려 보냈다.
직원과 같이 확인해 보니,
레버를 찬물 쪽으로 끝까지 돌리고 약 1분 정도 기다리면
그제서야 덜 뜨거운 물이 나왔다.
고맙다고 하고 보냈다.
온수가 안 나와서 고생한 적은 있어도,
찬물이 안 나와서 고생한 건 처음이었다.
열대지방이라 그런 걸까 싶기도 했다.
어쨌든 이런 것도 ‘저가 숙소의 생활감’이었다.
그렇게 2월 13일, 여행 둘째 날이 끝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