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여행기] 3. 휴양지에서 깨달은 나의 속도

산호섬,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새벽에 눈을 떴다.


오늘은 산호섬 해양 액티비티 투어가 있는 날이었다.

이번 일정 중 가장 비싼 투어였다.

7만 원인가 8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바다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에 기대가 컸다.

“이번엔 제대로 물놀이를 하겠구나.” 그런 기분이었다.


오전 8시까지 호텔 로비로 내려가야 했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10시.

객관적으로는 그리 빠른 시간이 아니지만,

여행지에서는 이상하게 더 이른 시간처럼 느껴진다.


어제의 피로가 남아 있었는지 생각보다 늦게 일어났다.
그래도 오늘은 아침을 꼭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필리핀에서 패키지 투어로 갔던 때에는

가이드가 먹을 것도 챙겨주고, 라면까지 끓여줬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분위기로 보아

그런 서비스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서둘러 편의점으로 향했다.




20260214_072753.jpg 편의점에서 구입한 김치사발면

샌드위치 하나와 작은 컵라면을 샀다.

라면을 고르면서 약간 놀랐다.

베트남 나트랑, 다낭, 푸꾸옥에서는

신라면, 진라면, 불닭볶음면 같은 한국 라면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파타야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대부분 현지 라면이거나 일본 제품들이 많았다.

한국 라면은 불닭볶음면 하나 정도만 보였다.


일본인 관광객이 특별히 많아 보이지도 않았는데,

일본 제품은 유독 눈에 띄었다. 특이한 경험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샌드위치를 먹다 보니 생각보다 배가 찼다.
결국 컵라면은 그대로 두었다.




20260214_072803.jpg 컵라면 뒷면 설명을 보다가,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순간 멈칫했다

라면 조리법을 읽으려고 들여다보는데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
노안이 이런 식으로 찾아오는구나 싶어

잠시 씁쓸했다.


“더 늦기 전에, 더 즐겨야지.”
괜한 다짐도 따라왔다.



8시에 맞춰 밖으로 나가니 썽태우(태국식 트럭, 이동수단)가 도착해 있었다.

이번에는 가이드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어제와는 달리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현지 가이드였다.

그 점이 꽤 안심이 되었다.


나 말고도 한국인 가족, 커플이 몇 팀 있었다.

같은 숙소에서 묵고 있던 커플도 함께 탔다.


썽태우에 열 명 남짓이 올라타 워킹스트리트 끝자락의 선착장으로 향했다.



IMG_2769.JPG 파타야 선착장, 워킹스트리트 끝에 있다
Gemini_Generated_Image_400yg5400yg5400y.png 썽태우를 타고 선착장 도착, 배를 기다리는 중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첫 순서는 패러세일링이었다.

과거 필리핀에서 했던 기억이 있어 조금 기대를 했다.

그때는 비교적 오래 탔던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배 주변을 두 바퀴 돌고 바로 내려왔다.

체감상 2~3분 정도,


아쉽긴 했지만, “여기는 이런 방식이구나” 하고 넘겼다.


다시 배를 타고 이동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멈추더니 스노클링을 하라고 했다.


Gemini_Generated_Image_ojw9gqojw9gqojw9.png 스노클링 배 위

배 주변 바다에 일정 구역을 줄로 둘러놓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물에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물고기가 많거나 풍경이 화려한 느낌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필리핀에서 경험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소박했다.

(역시 바다는 필리핀 바다가... )


하지만 이 역시 장소와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내 기대치가 높았던 것일 수도 있다.

오랜만에 바다에 몸을 담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두기로 했다.


잠시 후, 다시 배를 타고 이동하더니 드디어 산호섬에 도착했다.


해변에는 우리 팀을 위한 덱체어가 준비되어 있었고,

도착하자마자 수박주스(땡모반) 한 잔을 건넸다.


IMG_2773.JPG 산호섬 비치에서 마신 땡모반


그 수박주스는 정말 달고 시원했다.

아마도 오늘 투어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어서 바나나보트를 탔다.

세부에서 탔던 기억과 비교하면 규모도 작고 시간도 짧았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늘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오늘은 그냥 “체험했다”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액티비티가 끝난 뒤 잠시 해변에 앉아 있었다.


IMG_2781.JPG 산호섬 해안가

이곳의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탁 트인 바다, 모래, 적당한 사람들.

전형적인 휴양지의 그림이었다.


IMG_2776.JPG 산호섬 안 숙소로 보이는 건물

섬 안에도 숙소가 있는 듯했다.
만약 다시 오게 된다면, 다음에는 시내가 아니라

이 섬에서 하루 묵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교통은 조금 고민해봐야겠지만.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면,

투어 전반이 내 기대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패키지 투어처럼 세세한 설명과 케어가 있는 방식과는 다르고,

(아. 물론 가격은 패키지투어에 비해서 훠~얼씬 저렴했다)

필리핀에서 경험했던 해양 액티비티와도 조금 달랐다.

아마도 내 기준과 비교 대상이 문제였을 것이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다시 배를 타고 파타야로 돌아왔다.

썽태우를 타고 숙소 앞에 내렸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편의점으로 향했다.
맥주를 사고, 간단한 먹거리를 챙겼다.

그리고...참다못해 한국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제육볶음 정식이었다.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수준이지만,

해외에서 먹는 한식은 유난히 더 맛있게 느껴진다.

아마 심리적 보정이 작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었다.



저녁에 다시 눈을 떴다.

이번에는 치킨이 먹고 싶었다.

20260214_220345.jpg 저녁으로 먹은 후라이드 치킨

반 마리를 주문해 먹었다.


최근 몇 달간 식단 관리를 하며 자제했던 음식들을

여기서 다 먹는 느낌이었다.


여행 오면 밤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편인데,

이 숙소는 조명이 어두워 책 읽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낮에 투어를 다녀오니 남은 시간은 피로로 가득했다.


치킨 몇 점을 먹고 사진을 정리하다가, 또다시 잠이 들었다.



오늘 하루를 정리해 보면 이런 생각이 남는다.


내 여행의 목표는 ‘투어’가 아니었다.
그런데 일정이 중심이 되니 여행의 결이 조금 어색해졌다.


물론 새로운 경험이었고,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다음에는 조금 더 내 리듬에 맞게,

덜 빡빡하게 움직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여행은 많을수록 좋지만,
그 안에서 중심은 여전히 나여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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