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지 않는 이유
4년 전에 쓴 글을 다시 읽었다.
지우려고 열었다가, 읽다가, 결국 닫았다.
지우지 않았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자책하려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때의 자신을 불쌍히 여기려던 것도 아니다.
그냥 읽다 보니 닫혀 있었다.
그게 전부다.
4년 전의 나는 이런 문장을 쓰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완벽하다.
밑줄이라도 그어야 할 것처럼, 확신에 차 있었다.
어디 앉을 것인가, 몇 시에 움직일 것인가,
하루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아주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그는 마치 방정식을 푼 사람처럼 썼다.
와, 완전 퍼펙트하네. 실제로 그런 표현이 있었다.
읽으면서 좀 민망했다.
그 확신이 얼마나 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글에서 지금과 같은 냄새가 난다는 거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자신에 대한 피로.
아주 사소한 것—누군가 무언가를 봤을 것 같다는 느낌,
어딘가 가면 설명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으로 소진되는 에너지.
4년 전의 그 글에도, 그게 있었다.
지금 내가 가끔 새벽에 혼자 앉아서 느끼는 것과 같은 무게였다.
한 가지는 달라진 것 같다.
4년 전의 나는 그 피로를 해결하려 했다.
구조를 바꾸고, 습관을 고치고,
더 나은 배치를 찾으면 소진이 줄어들 거라고 믿었다.
답을 찾은 사람처럼 굴었다.
그래서 완벽하다는 말을 썼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냥 한다.
어제도 했고 오늘도 했다.
해결됐다는 느낌은 없는데,
그렇다고 해결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확신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그냥 반복이 있다.
이게 뭔지, 아직 이름을 모른다.
4년 후에 이 글을 다시 열면 어떨까.
또 지우려다 닫겠지.
또 비슷한 냄새를 맡겠지.
그리고 그때의 나는,
지금 내가 완벽하다고 쓰지 않은 것을 보며 뭐라고 생각할까.
조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