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ls Frahm — "Them"
서점에서 같은 책을 발견한 것은 토요일 오후였다.
약국 문을 닫고 근처 서점에 들른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토요일 오후에 할 일이 딱히 없을 때
나는 서점에 가는 습관이 있었다.
책을 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용을 훑어보는 행위 자체가 좋았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것.
그날 나는 자기계발 코너 앞에 서 있었다.
왜 거기에 서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평소에는 가지 않는 코너였다.
하지만 사람의 발걸음이라는 것은
때때로 머리보다 먼저 어딘가에 도착하는 법이어서,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그 앞에 서 있었다.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 디자인이 익숙했다.
하늘색 바탕에 흰 글씨. 운에 관한 내용.
정확한 제목은 떠오르지 않지만
운이라는 글자가 크게 들어가 있었다.
나는 그 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가서 결제를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책꽂이에 꽂으려다가
멈추었다.
같은 책이 이미 꽂혀 있었다.
두 권이나.
세 권의 같은 책을
책상 위에 나란히 놓았다.
표지는 모두 동일했다.
하늘색 바탕에 흰 글씨.
다만 상태가 조금씩 달랐다.
한 권은 책등이 접혀 있었고 모서리가 말려 있었다.
한 권은 비교적 깨끗했지만 형광펜 자국이 옆면에 살짝 비쳐 보였다.
오늘 산 것은 당연히 새것이었다.
나는 책등이 접힌 것을 먼저 펼쳤다.
밑줄이 쳐져 있었다.
연필이었다. 필압이 꽤 강했다.
진지하게 읽었다는 뜻이다.
내 글씨였다.
37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변화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변하지 않음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여백에 메모가 적혀 있었다.
'맞다. 이건 진짜 그렇다.'
두 번째 책을 펼쳤다.
이번에는 형광펜이었다. 노란색.
연필보다 더 넓은 면적을 덮고 있었지만,
여백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밑줄의 위치도 달랐다.
112페이지.
'당신의 작은 변화가 무의식을 바꾸고, 온 우주를 움직인다.'
세 번째, 오늘 산 책에는
당연히 아무 표시도 없었다.
나는 세 권을 한 장씩 넘기며 비교했다.
밑줄의 위치, 접힌 페이지, 메모의 유무.
같은 사람이 같은 책을 읽었는데
세 번 다 다른 곳에서 멈추었다.
다른 문장에 감동했고, 다른 도구로 밑줄을 그었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204페이지.
세 권 모두 같은 페이지 모서리가 접혀 있었다.
첫 번째 책에는 별표가, 두 번째 책에도 별표가 쳐져 있었다.
오늘 산 세 번째 책은 물론 깨끗했지만,
나는 아마 거기에도 별표를 치게 될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 문장은 이런 것이었다.
'흔들리는 그릇에는 물을 담을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을 처음 산 것은 삼 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약국 경영이 잘 되지 않던 시기였다.
대형 체인 약국이 건너편에 들어왔고,
단골들이 하나둘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그때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뭔가를.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일단 책을 사는 것부터 시작했다.
서점에 가서 사람들이 많이 읽는 것을 집어들었다.
책은 읽었다. 밑줄도 그었다. 메모도 적었다.
'맞다. 이건 진짜 그렇다.' 그리고 책을 덮었다.
그 뒤에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로 산 것은 일 년 반 전쯤이었다.
직원이 그만두겠다고 한 직후였다.
내가 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더 이상 못 다니겠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무언가를 느꼈지만
무엇을 느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서점에 갔다. 같은 코너에서 같은 책을 집어들었다.
집에 같은 책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번에는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당신의 작은 변화가 무의식을 바꾸고, 온 우주를 움직인다.'
그리고 책을 덮었다.
그 뒤에 무엇을 했는지는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
204페이지의 문장을 나는 세 번 읽은 셈이다.
'흔들리는 그릇에는 물을 담을 수가 없습니다.'
세 번 읽고, 두 번 별표를 쳤고,
세 번 모두 그 페이지 모서리를 접었다.
그런데 그 문장이 내 안에서 무엇을 바꾸었는지는 모르겠다.
바뀐 것이 있기는 한 건지도.
약국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체인 약국도 여전히 건너편에 있었다.
직원은 결국 그만두었고, 새 직원이 왔다.
새 직원과의 사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기고 있었다.
나는 세 권의 책을 다시 책꽂이에 꽂았다. 나란히.
세 권의 하늘색 책등이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은 어딘가 성실해 보였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과 같은 책을 세 번 사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다만 세 번 다 서점까지 걸어가서, 돈을 내고,
집으로 가져왔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일요일 아침, 나는 약국에 일찍 나왔다.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셔터를 올리고 불을 켰다.
조제실의 유리병들이 형광등 아래에서 투명하게 빛났다.
환기를 위해 뒷문을 열었더니 골목 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처방전이 쌓여 있는 카운터를 정리하면서
나는 204페이지의 문장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흔들리는 그릇.
나는 흔들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릇 자체가 기울어져 있는 것인지.
카운터 위에 메모지가 있었다.
나는 거기에 뭔가를 적으려다가 펜을 내려놓았다.
뒷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처방전 몇 장을 날렸다.
나는 그것들을 주워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이따가 문을 열면 누군가가 처방전을 들고 올 것이다.
어제와 같은 약을,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조제하겠지.
https://youtu.be/Wk02R4UNE3k?si=DZTbZ-665kTjz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