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단편] 지뢰

보이지 않는 것들의 시간

변호사 일을 한 지 15년쯤 되었다.

그동안 나는 여러 종류의 지뢰를 밟았다.

어떤 것은 폭발했고, 어떤 것은 불발탄이었다.

그리고 어떤 것은 아직 땅속에 묻혀 있다.


화요일 오후였다. 어쩌면 수요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전화벨이 울렸다는 사실이다.


사무장이 전화를 받더니 수화기를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이상한 빛이 있었다.

마치 동물원에서 탈출한 표범을 발견한 사람의 눈 같았다.


"신 대표님이십니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신 대표는 말을 아꼈고, 약속을 지켰으며, 청구서가 나가면 일주일 안에 입금했다.

이 세상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요즘 어떠십니까."


"그저 그렇습니다."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신 대표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섞여 있었다.


"며칠 전에 우리가 물건을 납품하는 회사 부사장님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호사님 이야기가 나왔지요.

제가 변호사님 자랑을 좀 많이 했습니다. 하하."


나는 커피잔을 들었다. 식어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신 대표가 말을 이었다.


"그 부사장님이 제 이야기를 듣더니 잠시 말이 없더군요.

그러다가 하시는 말씀이, 마침 자기네 회사도 법률 자문을 할 법무법인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꼭 변호사님께 의뢰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특히 변호사님께."


"회사 이름이..."


"부산에 있는 회사입니다. 회사 이름은..."


그 순간, 세상이 멈췄다. 세상은 멈추지 않았지만 나만 멈춘 것이다.

내 머릿속 어딘가에 있는 카세트테이프가 갑자기 멈춰버린 것이다.


"담당자는 부사장님이신데, 성함이..."


두 번째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알았다.


이것이 지뢰라는 것을.


6년 전의 일이다. 한 여자가 사무실에 찾아왔다.

서른 둘쯤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침착했다. 너무 침착해서 오히려 불안했다.


"그 사람이 계속 그런 짓을 합니다. 작년 봄부터요."


사건은 단순했다.

한 간부급 직원의 성추행, 회사에 신고하자 그에 따른 조직적 보복.

가해자는 회사 설립자의 친척이었다.

돈이 많았다. 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약 2년이 걸렸다.

수십 번의 법정 출석, 수백 장의 서면. 직원들도 힘들어했다.


결과는 우리 쪽의 승리였다.

가해자는 실형선고를 받았고, 위자료를 지급했다.


그녀는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거짓말이었다. 세상에 당연한 일이란 없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변호사님?"


신 대표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합니다. 생각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는 이 업계에서는 부산경남에서 최고 큰 규모입니다.

변호사님께서 여기 법률 자문을 하시면 꽤 좋으실 거예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회. 그 말을 들으니 웃음이 나왔다. 웃을 수 없었지만.


"감사하지만, 저희는 힘들 것 같습니다."


"왜요?"


"저희 역량이 부족합니다."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2년 전의 그 사건을,

그 여성 의뢰인을,

법정에서의 긴 싸움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통화를 끝낸 후, 나는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갔다.

10월의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그가 왜 우리에게 그런 제안을 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우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인생에서 확실한 것이란 죽음뿐이다. 그리고 세금.



그날 저녁, 나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신호등 앞에서 섰을 때였다.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말을 걸었다.


"변호사시죠? 저도 옛날에 변호사였습니다."

오십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


"왜 그만두셨습니까."


"지뢰를 밟았습니다. 과거의 지뢰입니다.

2년 전에 묻힌 지뢰. 어쩌면 10년 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우리는 한 번의 주기를 놓친 것이다.


"지금은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줍니다.

비둘기는 과거가 없습니다. 그들은 오직 지금만 살아갑니다."

남자는 웃고 있었다. 웃음을 흉내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신호등이 다시 초록불로 바뀌었을 때, 그는 걸어갔다.


나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얼마나 걸었을까. 나는 어느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벤치 옆에는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비둘기들에게 빵 부스러기를 주고 있었다.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 남자였을까. 아니었을까.

나는 확인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출근했다. 평소와 똑같은 아침이었다.


"어제 그 건은..."


"거절했습니다."


사무장은 더 묻지 않았다. 그것이 고마웠다.


점심에 나는 혼자 짬뽕을 먹었다.

짬뽕은 맵고 뜨거웠다. 매운 것을 먹으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으니까.


오후에 한 의뢰인이 찾아왔다.

이혼 상담이었다. 그녀는 울었다.


"괜찮습니다. 좋은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위로하는 말들은 자동으로 나왔다.

15년간 수없이 반복한 말들. 마치 자동응답기처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좋은 해결 방법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모든 해결 방법에는 대가가 따른다.



저녁이 되었다. 나는 사무실을 나서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은 보이지 않았다. 도시의 불빛이 너무 밝아서.

하지만 별은 있다. 보이지 않아도 거기 있다.


지뢰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아도 거기 있다.

땅속 깊은 곳에 묻혀 있다가,

언젠가 누군가 그 위를 밟으면 폭발한다.


나는 오늘 지뢰를 피해갔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다음번에도 운이 좋을까.


세상은 지뢰밭이다.

우리는 모두 그 위를 걷고 있다.

어떤 사람은 조심스럽게 걷고, 어떤 사람은 무모하게 달린다.

결과는 같다. 언젠가는 지뢰를 밟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때 어떻게 하느냐다.

도망칠 것인가, 맞설 것인가.

잘 모르겠다. 50년을 살아왔음에도.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텔레비전을 켰다. 동물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었다.

사자가 얼룩말을 쫓고 있었다.

사자는 빨랐지만, 얼룩말은 더 빨랐다. 사자는 포기했다.


"오늘 사자는 굶주릴 것입니다. 하지만 내일은 다시 사냥을 시도할 것입니다."

해설자가 말했다.


나는 생각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오늘 실패하면 내일 다시 시도한다.


아내가 부엌에서 나왔다.

"저녁 드실래요?"

우리는 함께 김치찌개를 먹었다. 맛있었다.

세상의 모든 김치찌개는 맛있다. 특히 배고플 때는.


식사 후 나는 서재로 갔다.

책장에서 형법 총론을 꺼내 펼쳤다.

학생 때 공부하던 책이었다.

빽빽한 메모들이 보였다.

젊은 시절의 필체. 단정하고 열정적이었다.

지금의 내 필체는 다르다. 흘려 쓰고, 가끔 알아볼 수 없다.

사람은 변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과거의 나는 순수했다. 정의를 믿었고, 법을 믿었다.

지금의 나는? 잘 모르겠다.



가끔, 아주 가끔, 나는 궁금해진다.

그는 정말 몰랐던 걸까. 알고 있었던 걸까.

우연이었을까. 의도였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도 괜찮다.

세상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나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불빛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땅 위의 별들처럼.

우리 모두는 별이다. 각자의 빛으로 빛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지뢰다. 언젠가 폭발할, 보이지 않는 위험.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별과 지뢰가 공존하는 세상.

나는 눈을 감았다.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계속할 것이다.

누군가의 변호사로서, 이 지뢰밭의 항해사로서.


그것이 나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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