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순간의 발견

4년 만에 골프장에 다녀온 하루

오늘 골프장에 다녀왔다. 2021년 이후 처음으로.

4년 가까이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

다시는 필드에 나갈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나는 골프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 있었다.


같이 일하는 회계사들이 골프를 가자고 했다.

우리 사무장도 골프를 좋아해서 거들었다.

거의 1년을 거절하다가 결국 승낙했다.

내 골프능력을 당구에 비유하자면

소위 '물 30' 수준인데

왜 그렇게 골프장에 나를 데려가고 싶어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실력이 부족한 나를 보며 뭔가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뭐. 하여간.


일단 승낙했으니, 가기는 간다.

그 대신 준비는 그들이 다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됐다.

알람이 늦게 울렸다.

네임카드가 없어서 급하게 마련해야 했다.

7시 38분에 출발했는데 경기 시작은 8시 13분이었다.

늦을 것 같아서 사무장에게 전화했다.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아아. 괜찮습니다. 경기 시작 전까지만 오시면 됩니다."


과거의 경험상 저 말은 절대 진심이 아니다.

결코 괜찮지 않다는 말이다.


차 안에서 생각했다.

약속 시간에 늦는다는 게 정말 미안했다.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옛날 같았으면 전전긍긍하며 과속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서두르다 사고라도 나면 더 큰 피해를 입힌다.

그래서 오늘은 차분하게, 하지만 최선을 다해 운전했다.

안전하게, 그리고 최대한 빨리.

그리고 도착하면 먼저 사과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다.

늦은 것은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과속을 하거나 허둥대는 것도 답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차분하게 최선을 다해 가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묘한 평온함이 찾아왔다.

완벽한 상황은 아니지만, 완벽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느낌.

실수를 했어도, 그 이후를 책임감 있게 처리하는 것.

지금 상황에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은 완벽하다."

요즘 나는 자주 이 말을 떠올린다.

완벽하다는 건 더 바랄 게 없다는 뜻이다.

내가 상상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것 중에서 가장 좋은 상태.

그것이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은 자극이 필요하다.

너무 좋은 것만 있으면 질린다.

그래서 나의 삶에는 힘든 일도 있다. 당연히 있다.

그것은 운동하고 땀 흘린 뒤에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맛있는 것과 같다.

약간의 스릴, 약간의 불편함.

우리는 그런 모험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게 골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회계사님 중 1명이 나보다 더 늦게 오셨다.

그 덕에 100 정도 먹을 욕을 50 정도만 먹었다.




골프장은 푸르렀다. 날씨도 맑았다.

4년 만에 잡은 골프채는 낯설게 느껴졌다.

그립을 쥔 손이 어색했다.

어색한 스윙,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공.

하지만 막상 하니 나쁘지 않았다.

멤버들이 편했고, 그 자체로 즐거웠다.


티샷을 날릴 때마다 4년 전의 감각이 조금씩 돌아왔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잔디 위를 걷고, 공을 치고, 스코어를 적는 그 행위 자체가 새로웠다.


결과는 아슬아슬하게 꼴찌였다.

4명 중 3등과 각축을 벌였다는 이야기다.

그 덕에 라운딩 후 밥값은 내가 부담해야 했지만, 그래도 매우 즐거웠다.


몇 시간 동안 골프를 치니 특정 근육에 경련이 일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증상은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다시 골프를 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다음 달에도 또 한번 나가시죠' 라고 하는 사무장님과 회계사님 앞에서는

조금 다르게 말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평소 하지 않던 것을 하는 것 자체는 역시 좋다.

맨날 하던 것만 하면 사람은 '후퇴'한다.

완전히 새로운 것, 혹은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것을

이런 식으로라도 조금씩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라운딩을 마치고 법원으로 향했다.

참석할 재판이 있었기 때문.

몸은 피곤했지만 뭔가 뿌듯했다.

다행히 결과도 좋았고.


그렇게 이번 주를 마무리했다.


어떤 일은 시작되고, 또 어떤 일은 끝난다.

때로는 끝났다고 생각되던 일이 다시 시작되기도 한다.

골프도, 삶도 그렇다.

나는 이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한 달 동안 꾸준히 해온 것들이 있다.

그것들을 계속할 것이다.

새로운 달에도.

그렇게 조금씩, 완벽한 순간들을 만들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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