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 소설은 비가 멈추지 않는 사흘 동안,
한 여자가 말 대신 감각을 통해 자신을 통과해가는
감정을 조용히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마르지 않는 수건, 눅눅한 셔츠,
맞은편 베란다의 흰 천, 방 안 어디에도 놓이지 못한 머그컵.
그녀는 사물에 밴 체온과 냄새, 빛과 소리의 흔들림을 따라,
오래전 머물렀던 관계의 흔적을 감지하고 기억해냅니다.
『빨래가 마르지 않는 날』은 관계 이후의 시간을 회피하지 않고,
마르지 못한 감정이 얼마나 조용히 깊어질 수 있는지를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감정은 말로 흘러가지 않고, 천천히 스며듭니다.
바닥에 퍼지는 물기처럼,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셔츠처럼.
이 이야기는 울음조차 소리 없이 허락한 채,
마침내 감정 하나를 스스로 깨뜨림으로써
삶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 ‘살아지는’ 하루로 조용히 이동하는
한 여자의 일상적인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