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가 마르지 않는 날.

첫째날.

by 바인

(첫째 날)


아침, 베란다 창에는 김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커튼을 완전히 걷지 않았다.

창문 너머, 맞은편 아랫집 베란다가 창틀의 사선 안으로 걸쳐 보였다.

비는 밤새 내린 듯했다. 흙냄새가 진해져 있었고,

건조대 끝에 매달린 수건은 젖은 채로 무게를 품고 있었다.


그녀는 베란다 문을 열지 않은 채 창에 손을 얹었다.

유리 너머로, 건너편 아랫집 난간에 걸린 천 하나가 느리게,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흔들림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미세한 떨림.

그것은 바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젖은 천이 스스로 떨어뜨리는 숨결 같았다.


그녀는 슬리퍼를 신지 않고 맨발로 베란다 문을 열었다.

습기가 발바닥을 덮었고, 비는 여전히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수건 한 끝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물기가 손에 붙었다. 그 감촉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젖어 있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어제 누군가의 체온이 빠져나간 자리와 같았다.

그녀는 그 수건을 다시 널었다.


집게의 방향을 조금 바꾸고,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창틀 아래 맞은편 베란다 쪽으로 잠깐 시선을 흘렸다.

거기에도 빨래가 마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몸 안 어딘가에서 느껴진 감각이었다.

수건 끝을 매만지던 손에 물기가 다시 스며들었다.

그녀는 그걸 짜지도, 털지도 않고 조용히 무릎 위로 올렸다.

수건은 그녀의 다리를 적시며 천천히 식어갔다.

그 감촉은 누군가의 땀에 젖은 셔츠와 비슷했다.

잘 말린 옷과는 달랐고, 방금 세탁한 것과도 달랐다.

살과 천 사이에 습기가 오래 머문, 그런 질감이었다.


그녀는 그 감각이 오직 한 사람과만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어느 여름, 그 사람은 운전석에서 내리며 셔츠의 등을 털었다.

말은 없었고, 대신 젖은 천이 그녀의 팔꿈치에 닿았었다.


― “덥지?”


그 말은 늘 아무 감정 없이 건넸지만,

그 젖은 천은 늘 감정보다 먼저 그녀에게 닿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무릎 위 수건의 주름을 정리했다.

손끝이 다 젖은 것도 모른 채.

그리고 맞은편 아랫집 베란다 아래쪽에서 흰 천이 바람 없이 펄럭였다.

그녀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다만 그 젖음이 자기 안 어딘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점심 무렵, 부엌엔 빵 한 조각이 놓여 있었다.

언제 꺼냈는지도 모르게 말라 있었고, 그녀는 그 빵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창밖으로 빛이 살짝 기울어 있었다.

커튼은 반쯤 젖혀져 있었고, 그 틈 사이로 맞은편 아랫집 베란다 아래쪽이 창틀 위로 걸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그쪽을 직접 바라보지 않았다.

다만, 거기에서 누군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빛의 흔들림으로 알 수 있었다.

확신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사람이었는지 천이 흔들린 건지, 그녀는 끝까지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이 그곳까지 닿기 전에, 그녀는 의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회피나 은둔이 아니었다. 다만 그 방향으로 흐르려는 감정의 무게를 잠시 멈춰 세우려는 몸의 반응이었다.


머그잔에 따뜻한 물을 부었다. 커피도 티백도 넣지 않았다.

냄새가 나지 않는 물만, 김이 조금 올라오다 사라지는 것을 그녀는 손 안에 담았다.

점심이 지나고 있다는 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알았다.

지금 이 시간은 감정을 숨기는 시간이 아니라, 그저 붙잡지 않고 통과시키는 시간이라는 걸.

방 안의 공기는 조용했고, 그녀는 그 조용함을 깨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감정이 사라지지 않도록 가만히 있었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창 너머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길게, 가늘게 옷걸이가 철제 난간에 긁히는 소리. 그

녀는 그 소리를 듣고도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다만, 그 소리가 끝날 즈음 자신의 심장이 잠깐 조여드는 걸 느꼈다.

그건 큰 일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흔히 들을 수 있는 마찰음.

하지만 그 순간, 전남편의 얼굴이 허공 어딘가에 떠올랐다.


― “그걸 왜 또 안 말려놨어.”

― “햇빛 있을 때 좀 움직이지 그랬냐.”

― “말라도 다시 꺼내야 되는 거 몰라?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말 대신 침묵으로 버티다

결국 무너졌던 기억을 지금 이 순간 다시 떠올렸다.

빨래를 널어둔 베란다로 나가는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그녀는 한 줄에 걸려 있던 셔츠와 수건들을 하나씩 거칠게 떼어냈다.

집게를 풀지 않은 채, 손으로 잡아당겨 천이 툭툭 끊기듯 떨어져 나갔다.

그건 정리도 아니고, 버림도 아니었다.

그녀는 젖은 옷들을 방바닥 한쪽에 내팽개쳤다.

물기가 바닥에 번졌다.

그것은 물이 아니라 말하지 못했던 수천 개의 짜증 같았다.

그녀는 그 짜증을 이제 자기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빛은 어느 순간부터 줄어들고 있었고, 그녀는 불을 켜지 않은 채 베란다 앞에 앉아 있었다.

내팽개친 셔츠와 수건은 여전히 마르지 않았고, 그 옆을 지나는 바람조차 없었다.

저녁이 되자 창틀 너머 맞은편 아랫집 베란다 아래쪽이 빛을 거의 잃은 채 눈에 걸렸다.

그녀는 거기에 고개를 들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애써 피하지도 않았다.

단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찾아온 것처럼.

그게 슬픔이든, 우울이든 지금은 확인하려 들지 않았다.


방 안은 서서히 어두워졌고,

그녀는 그 어둠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고 있는지를 더 또렷이 인식하고 있었다.

불을 일부러 켜지 않았다.

그것은 무기력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잠깐은 이 상태로 있어도 된다는 스스로의 허락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