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도전러였다고? 아니, 프로 따라쟁이.
돈이면 다 되는 줄 알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돈을 많이 벌어보고 싶었고, 6개월 동안 평일 5일을 직장에서 일하다가 금요일, 토요일은 저녁부터 그다음 날 새벽까지 PC방에서 알바를 해본 적도 있다. 감사하게도 약간의 손재주가 있고 여러 가지 할 줄 알아서 알바 외에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20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시작했다가 마무리 짓지 못하고 지금은 더 이상 하지 않는 나의 오답노트를 오픈해 보려고 한다.
나는 유학을 했었다. 아빠가 보내주시는 용돈에 의지하지 않고 현지에서 부업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며 유학 가기 전에 실버 공예를 잠시 배웠다. 알고 보니 제가 정말 원했던 과정도 아니어서 그만두게 되었고 정말 골 때리는 건 공예가 완성되려면 굽는 화로가 필요했다는 것이었다. 정말 무작정 도전하고 시간 버린 일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에 소이캔들 열풍이 불 때가 있었다. 너도 나도 만들 때 나도 만들어서 판매를 해본 적이 있다. 캔들은 음식 냄새, 잡냄새를 빼기 좋으니 주로 지인들이 구매해 주었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판매는 거의 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 친구의 전시회 오프닝에 쓸 캔들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팔기도 했지만 제작 공간과 환경이 불편하고 홍보가 잘 되지 않아서 오래 못가 그만두게 되었다.
야근과 밤샘이 연속인 디자인 회사에서 일을 하는 중에 너무나 흥미로운 사진을 보게 되었다. 폴리머클레이로 만든 주얼리였는데 알록달록 과일, 꽃, 불규칙적인 도형 등 여러 패턴을 만들어서 주얼리 펜던트로 달아 만들었다. 만들다 보니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당시 성장 중이었던 핸드메이드 플랫폼 '아이디어스'에 올려봤다. 드디어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판매를 해보게 되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노동력과 전문 기술 부족이었다. 한 판을 만들려면 못해도 반나절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고, 평일에 회사에서 야근을 하니 주말에는 이 일에 매달렸지만 주말에 출근할 때도 자주 있어서 지속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엣시(Etsy)라는 외국 핸드메이드 사이트를 발견했는데 나의 사진이나 그림을 인테리어 된 공간에 넣어볼 수 있는 목업 파일(Mock up File)을 PDF로 판매했다. 판매 건수보다 판매 목록을 유지하는 수수료가 더 많이 나가서 그만두게 되었다.
신사임당을 시작으로 스마트 스토어 열풍이 불 때 몇몇 강의를 들어보고, 오프라인에서도 들어보고, 아마존 강의도 들어봤지만 조금 해보다가 이것 역시 그만두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이제 완전한 레드오션이 되었고, 구글 애드센스가 새롭게 떠오를 때 강의를 듣다가 심사 통과하기 위한 글 쓰는 게 재미가 없어서 지속하지 못했다.
돈을 벌기 위해 이 일 저 일을 벌여놨지만 돈이 모였을까? 예상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왜 실패했을까? 내 경험담의 공통점을 생각해 봤다.
사업적인 지식과 나 자신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남들이 잘 된다는 것을 따라 했다.
쉽게 그만두었다.
경험담 하나씩 파헤쳐보면 문제점들이 수도 없이 나온다. 이 문제점들은 나의 단점을 낱낱이 보여주겠지만 면밀히 분석해서 타산지석 삼아야 하는 나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나의 강점을 더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이렇게 끝도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은 강한 실행력과 빨리 이뤄내려는 집중력 덕분이다. 그렇지만 사실 맨 처음부터 강점을 보지 못한다. 나의 단점이 먼저 보이고 당연히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저번에 저렇게 실수했는데 이번이라고 잘 될까? 할 수 있을까?'
한동안 내가 도전을 멈췄던 것도 바로 이 생각들 때문이다.
'해보니까 안됐는데 그냥 안정적으로 살지 뭐.'
이 생각으로 2년 동안 스타트업에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 시간을 돌아보니 나는 계속 그대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봉이 오르지 않았고, 회사 시스템에 맞추다 보니 점점 더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살지 못하게 되었다. 2년 전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다. 지금의 '나'가 나의 마음에 들지 않고, 불만이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말해준다.
지금의 '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선택을 할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