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관련된 알고리즘이 민주주의와 충돌하는 면은 없는가?
질문 : AI와 관련된 알고리즘이 민주주의와 충돌하는 면은 없는가?
-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충분한 근거를 들어 '충돌한다.' 혹은 '충돌하지 않는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자체가 추상적인 개념이 섞여 있기 때문에 단순한 비교로 답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먼저 민주주의에 대한 합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저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대해 먼저 공유드리고 그 의미에서에의 민주주의와 AI의 발전이 충돌하는 면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면들인지에 대해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 먼저 민주주의는 어느 지점에서 완성하고 끝나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많은 수단들을 실험하고 토론해야 하죠. 모두가 민주주의를 원하고 그것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는 개념이라 생각합니다.
- 그런 점에서 볼 때 인공지능 기술은 충분히 민주주의와 상호보완이 될 수 있는 개념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국가를 만들 때 혹은 사람들이 원하는 사회를 구성할 때 인공지능은 그것을 도와줄 것입니다.
- 그러나 그 반대도 존재합니다. 유튜브나 검색엔진의 추천 시스템이 사람들의 생각을 편협하게 만들어 정치적 양극화를 극대화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술이(혹은 알고리즘이)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인가 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추천 시스템이 인공지능 기술의 모든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추천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소가 사회에 어떤 결과를 미치는지 그 일면을 잠시 알게 되었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추천 시스템은 기업이 사람들을 서비스에 락인 시키기 위한 기술입니다. 추천 서비스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소비하게 만들어 서비스를 자주 사용하게 만들고 그것으로 기업은 돈을 벌죠. 한마디로 여기서 추천 시스템은 '돈을 벌기 위한 기술'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는 어떤가요? '돈을 벌기 위한 시스템'인가요?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생각(정치제도)입니다. 만약 그런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을 만들면 그렇게 작동할 것입니다.
- 도구는 그것을 쥔 사람의 의도대로 움직입니다. 인공지능은 현재까지는 우리에게 도구이고 그것을 민주주의에 활용하면 그에 맞게 충분한 도움을 얻을 것이고 돈을 버는데 이용하면 그것에 맞게 활용될 뿐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있는데 주로 그것을 사용하는 기업이 자본주의 토대에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 질문으로 돌아가면 그래서 '인공지능 기술이 민주주의와 충돌하는 면이 없는가?'라고 묻는다면 '충돌하는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총칼과 같이 우리는 그것이 민주주의에 해를 끼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잘 지켜보아야 한다.'라고 답변하겠습니다. 여기서 '잘 지켜보아야 한다'라는 말에는 그것을 다 같이 연구하고 인공지능 기술이 정확히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기본 교양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야 한다는 것도 포함됩니다. 보통 이런 기술은 돈을 많이 버는 기업 위주로 연구되기 쉽고 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 쉽습니다. 국가적인 지원으로 돈에 구애받지 않고 기업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학문 적인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겠습니다. 핵폭탄과 같은 대량 살상 무기가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생산적인 토론이 아닐 것입니다. 핵폭탄은 만들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일단 만들어진 상태에서는 전쟁 억제력을 가지고 세계대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그 위험성을 깨닫고 한 나라가 이기적인 마음으로 핵무기를 개발해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걸 막아야 하겠지요. 인공지능도 어느 면에서는 똑같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나날이 발전해 갈수록 핵무기만큼이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