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은 감독의 영화 소공녀 리뷰
쉽게 볼 수 없는 독립영화이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정말 쉽게 볼 수가 없다. 먼저 이 영화를 보고 추천해준 친구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어렵게 상영관을 찾았다는 거였다. 다양한 영화가, 다양한 음악이, 다양한 예술이 사랑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말로 나는 리뷰를 시작하겠다. (스포주의)
당신 삶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영화의 주인공 미소의 남자 친구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그녀의 남자 친구는 웹툰 작가를 꿈꾸며 공모전에 계속 도전하지만 매번 떨어지고 있다. 회사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 친구와 그녀는 너무 추워 섹스를 하지 못하고, 영화를 보기 위해 헌혈을 한다. 그런 그가 미소를 위해 해외출장 신청을 했고 2년 후에 목돈을 가지고 오겠다고 말한다. 웹툰은 포기했다면서. 그런 그를 보고 미소는 배신자라고 말하며 영화의 모든씬을 통틀어 처음으로 화난 모습을 보인다. 자신에게는 담배, 위스키, 한솔(남자 친구)이가 유일한 안식처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 앞에 월세도 오르고 담배값도 오르고 술 값도 올랐다. 오르지 않는 건 그녀의 급여뿐. 그래서 그녀는 집을 포기했다. 이 영화는 집을 포기한 그녀가 대학시절 같이 밴드 생활을 했던 친구들을 찾아다니면서 겪는 일을 그리고 있다. 어떤 이 에게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 일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우선순위의 기준이 다를 뿐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대로 살아가지 않을까?
미소는 계란 한판을 사들고 친구들의 집을 전전한다. 미소를 따라 그녀 친구들의 기준을 조금 살펴보자.
(친구들은 선후배들이 있지만 모두 친구라는 이름으로 통일하겠다.)
처음으로 찾아간 친구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다. 점심시간에 만난 그녀의 친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피곤하다며 링거를 맞는다. 일이 그 친구의 중심으로 보인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피곤해하는데도 친구는 더 좋은 회사에 가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그러면서도 혼자 사는 친구는 미소를 재워주지 않는다. 누군가와 같이 자면 불편하다는 게 이유였다.
두 번째로 찾아간 친구는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친구다. 친구는 격하게 주인공 미소를 맞이한다. 그러나 친구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크지 않은 집에서 시부모를 모시는 친구는 갑자기 온 미소 때문에 남편과 싸운다. 남편은 갑작스레 찾아온 와이프의 친구(미소)를 반기지 않는다. 친구는 키보드를 연주했으며 음악을 잘했던 듯하다. 그러나 지금은 남편과 시부모를 모시며 잘하지 못하는 요리에 힘쓰고 있다. 잘하는 것을 버리고 친구가 선택한 것은 잘하지 못하는 가사였다. 미소는 다음날 반찬을 만들어 주고 집을 나온다.
세 번째로 찾아간 친구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친구다. 그러나 집은 엉망이었다. 친구도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미소는 친구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본다. 그러나 친구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한다. 알고 보니 친구는 결혼한 지 반년만에 별거 중이다. 아마도 곧 이혼을 할 것 같다. 친구는 슬프게 울면서 술에 의지해 살고 있다. 미소는 아침밥을 차려준다. 친구는 오랜만이라며 밥을 먹는다. 다음날 저녁 왜 이 집에 계속 사냐는 말에 빚을 많이 졌다고 말한다. 와이프 때문에 빚을 져 집을 샀지만 지금은 자기 혼자 그 빚을 갚아나가며 버티고 있다. 미소는 그 집에서도 하루 만에 나오게 된다. 카페에서 밤을 지새우고 다른 집을 찾아간다.
네 번째로 찾아간 친구(남자 선배)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노총각 친구다. 이 집에서 친구의 부모님을 그녀를 살갑게 대한다. 진수성찬을 차려주고 그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남는 방에 고추를 말리고 있어 그녀를 재울 곳이 없다며 자연스럽게 친구의 방에서 함께 자게 된다. 친구는 전립선이 안 좋다는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걱정 말라고 말한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결혼하자는 말을 한다. 그녀는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하지만 상관없다고 한다. 부모님도 수상하고 친구도 수상하다. 어쨌든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이 되었다. 그러나 다음날 담배가 떨어진 그녀는 외출을 하려고 하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녀를 빼놓고 외출을 한 가족들은 그녀를 집에 가둬둔 것이다. 그녀를 반강제적으로 며느리 삼겠다는 뉘앙스의 장면이었다. 그녀는 놀라서 뒷문을 찾아내 그 집에서 도망친다. 아마도 이 친구는 부모님의 지붕 아래 만족하며 삶을 연명해 가고 있는 친구인 듯하다.
다섯 번째로 찾아간 친구는 부자 남편과 함께 살며 사모님 소리를 듣는 친구다. 다행히도 이 집은 충분히 컸고 친구도 미소를 친절히 맞아 주었다. 잘 사는 것 같지만 친구와의 대화에서 이상한 점이 보인다. 친구는 아이가 '고난'이라고 말했다가 '구원'이라고 말을 바꾼다. 친구는 시종일관 내면과 외면이 뭔가 어긋난 듯 보인다. 어쨌든 미소는 이 집에 잘 적응하며 돈도 모아간다. 그러나 곧 있어 일이 생긴다. 친구네 남편과 함께 셋이서 외식을 하고 있는데 친구의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하는 미소를 친구는 불편해한다. 결국 친구는 나중에 미소를 따로 불러 타박을 하고 그 자리에서 나가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미소에게 100만 원짜리 수표를 주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이들 중 누가 가장 행복해 보이는가
그것은 관객들의 선택이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미소도 그렇다
마지막으로 미소는 '서울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동네라고 말하는 부동산 아줌마와 함께 집을 알아보지만 마땅한 집을 찾기는 힘들기만 하다. 결국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까?
영화의 마지막쯔음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미소가 나온다. 그녀는 백발이 되어 있다. 그녀는 머리가 하얘지는 병을 가지고 있어서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 약값 또한 만만치 않다. 결국 약을 포기한 것이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그럴 때 당신은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 무엇을 당신의 안식처로 삼을 것인가. 이 물음으로 이 영화의 리뷰를 마치겠다.
*작가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아사모사]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에서 영화 소공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5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