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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글방 Feb 23. 2023

1인 출판사를 시작했습니다

1인 출판사 사업자를 내는 건 정말 간단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 누구라도 신분증과 간단한 서류만 있으면 쉽게 출판사 신고를 할 수 있다. 서류는 임차인인 경우 임대차 계약서를 가져가야 하거나, 사무실이 따로 있는 경우는 또 다르거나 그랬던 것 같다.


아무튼 미뤄왔던 게 무색하게 너무나 간단히 출판사 신고를 하고 홈택스에도 뭘 신고하자 출판사 신고증, 사업자 등록증이 나왔다.


방송작가를 아예 그만 둘 생각은 아니지만 평생의 직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그만둘 거고 그 전에 몇 번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뿐 지금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


다양한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기에 내 글도, 다른 글들도 책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잘 맞을 것 같았다. 이미 전자책은 다른 출판사들과의 계약으로 여러 권 내봤으니 이펍을 제작하는 법만 배우면 금방 할 수 있지 않을까 가볍게 생각하기도 했다.


게다가 써놓은 원고가 많았다. 내가 쓰는 글만 내기에도 바쁠 것 같았다. 주변에 작가들도 많았다. 웹디자이너인 언니가 로고와 표지 디자인을 맡아주기로 했다.


그런데 왠 걸!


플랫폼과 계약하는데 6개월이 넘게 걸렸다. 아직도 인증서 문제로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한 곳도 있다.


고성에 가서도  다른 출판사와 계약한 원고를 써야 한다는 핑계로 손도 대지 않았다.


나조차도 이유를 알 수 없는 회피였다. 그렇게 고성에서의 3개월이 지나갔다. 마음 한구석에는 출판사 관련 일들이 늘 묵직한 짐처럼 남아 있었다.


지금도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어쩌면 부담감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까지와 다른 일을 하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함도 있었다.


'엄마의 작업실'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1년 전쯤 브런치에 올렸던 글들이 있지만 그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다.


작업실 방랑자로 살아갈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고성에서의 3개월이 나에게는 정말 특별했다. 아이가 아직 열 살인데 아이를 두고 2시간 반 거리에 작업실을 얻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결국은 아이 방학과 겹치고 이런저런 일들로 한 달 반은 육아를 했지만 그래도 결혼 후 가장 오래 나에게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과 공간이 왜 필요했는지 담아내고 싶었다.



이제 좀 바빠져볼 생각이다. 일단은 내게 익숙한 전자책 위주의 책들을 내려고 한다. 자리를 잡으면 종이책들도 출간할 계획이다.


전자책의 장점은 유연함이다. 짧은 분량도, 소소한 이야기들도 부담없이 담아내기 좋다.



원고가 잘 나오지 않아서 웹디자이너 언니에게 표지를 부탁했다. 일단 표지라도 나오면 더 빨리 정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고성의 카페 옥상에서 찍은 사진에 언니가 붓글씨로 쓴 제목이 들어갔다.


엄마들이 봤을 때 공감할 수 있고 한 줄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글을 쓰는 작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려고 하다보니 부담스러워져 한 구석에 밀어놨던 일감 보따리를 꺼내들고 하나 둘 정리할 계획이다.


할 수 있는 일은 하되, 어쩔 수 없는 일은 그냥 내버려두면서, 그렇게 다시 조금씩 써내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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