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책 한 권이나 작은 인형을 부탁하던 편지가 점점 판타지 세계관처럼 변한 것은.
이빨요정 덕분에 아이는 더 이상 이가 빠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그렇긴 한데...
마치 이빨요정이 소원 자판기라도 되는 것처럼
별별 선물을 다 요구했다.
이빨요정이 가져다준 마법의 지팡이 덕분에 나와 남편은 끝도 없는 마법 주문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
급기야 선물을 위해 이를 뽑아가 달라는 무서운 소원을...
언젠가 이런 편지를 쓸 것만 같아서 걱정이 됐는데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나중에 왜 그런 요청을 하면 안 되는지 설명해 주긴 했다)
이름 궁합이 99프로로 나온 같은 반 친구 두 명이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는 게
미래를 보는 수정구슬을 요청한 이유였다.
이빨요정은 다행히 외국에서 수정구슬을 공수해 온 것 같다.
하아...
이빨 요정은 과연 어디까지 아이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인가!!
아이는 아깽이를 원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아이는 고양이를 네 마리 키우고 싶어 한다)
이 날 탁상시계를 받았는지 책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무언가를 받긴 받았는데
아이는 아무래도 집이 아니라 이빨요정이 고양이를 데려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 집에 와서 비슷한 편지를 또 쓴다.
후우...
그리고 며칠 전, 올해 처음으로 아이의 이가 빠졌다.
이번엔 올빼미다.
해리포터 책을 괜히 사준 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의 내 알라딘 장바구니에서 해리포터 책은 비워버릴 것만 같다.
이 날 이빨요정은 아무것도 갖다 주지 않았다.
어쩌면 부부싸움을 했을 지도...(이빨 요정이 싱글이란 법은 없으니)
아무튼 보통 원하는 걸 못 들어줄 때도 뭐가 되든 선물을 두고 가는데 아무것도 없던 날은 처음이었다.(이가 너무 늦게 빠져 이빨요정의 선물 상점이 문을 닫았을지도 모를 일이고...)
아이는 새벽 5시에 깨서 ㅠ
침대 아래와 이불속과 방 곳곳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다음 날!
......
아이의 집요함 덕분인지 이번에는 이빨 요정이 손목시계를 가져다주었다.
아직 미래를 볼 수 있는 기능을 찾지는 못했지만
아이는 기대하는 눈치다.
유치가 다 빠지고 나면
이빨요정이 더는 우리 집에 안 올까 봐 걱정하는 아이에게(안 오는 건 맞다고 얘기를 해주긴 했지만),
점점 어려운 소원을 말하는 아이에게,
그래도 이빨요정이 끝까지 힘을 내서 찾아와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