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서 뭘 먹고 뭘 보고 어떤 경험을 하고, 이런 사적인 기록을 남에게 보여주는 걸 전부터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작년에 고성으로 떠나게 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에도 어디에 가서 뭘 먹고 뭘 보았다는 얘기는 거의 없다.
초고를 쓴 후 오래 묵혔다가 슬슬 수정 중인 고성에세이에는 주로 여행 오기 전 후 나의 마음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그곳에서 3개월을 지내는 동안 한 달 반 정도는 아이와 함께 했는데 그때도 아이가 좋아하는 숙소 앞바다만 가서 다양한 곳을 경험하진 않았다.
애초에 한 곳에 오래 머물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목적인 여행이라 더욱 그랬다.
게다가 여행 책자 보는 것도 안 좋아하고 여행에세이 읽는 것도 즐기지는 않는다.
특히 여행지 정보에 대해 쓰는 건 숙제 같아서 안 좋아한다. 정작 나는 그런 글들을 보며 도움을 받지만 내가 쓰려고 하면 일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여행에세이는 이를테면 일상을 벗어난 그곳에서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떠나오기 전에는 어떤 상태였는지, 끝난 후에 무엇이 남았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런 단상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갑자기 주어진 이 타이틀이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왕이면 글쓰기나 에세이 분야의 크리에이터였으면 좋았겠지만 최근 글이 모두 지자체 한 달 살기에 대한 글이니 통계로 보면 그렇게 분류될 수 있겠다 싶긴 하다.
지자체 한 달 살기 산청과 창원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총 28일을 보냈고 그중에 20일은 아이와 함께 했다.
올라오는 날은 아무 데도 안 들르고 출발했으니 오롯이 혼자 있던 날은 7일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느긋하고 게으르게 보낼 수 있었다.
아이가 있을 때와 달리 세끼를 찾아먹지 않아도 되니 굳이 어디 맛집을 가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 숙소 근처 홈플러스에서 7900원에 산 양념치킨 한 마리를 이틀 동안 먹는다거나 하는 즐거움이 컸다.
감동란과 포도, 구워 나온 먹태와 홈플러스 치킨 덕분에 오히려 살이 찌는 진귀한 경험을... 탄수화물은 거의 먹지 않았는데 포도도 거의 하루 세 송이를 먹고 먹태를 고추냉이 마요네즈에 듬뿍 찍어먹은 덕분인 것 같다. 게다가 양념이 뚝뚝 떨어지는 치킨 한 마리의 칼로리도 무시할 수 없을 테고.
혼자 있던 기간 동안 어디를 많이 가지는 않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여행이 늘 그렇듯, 그래서 더 좋았던 시간이다.
아직 브런치 서랍에는 산청과 창원 에세이가 정리되지 않은 채 몇 개 저장돼 있는데 그중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산청에서는 폭우로 이래저래 심란해서 인스타에 매일 올리기를 못했는데 창원에서는 매일 숙제를 해야 해서 꼬박꼬박 올렸다. (지자체마다 요구하는 홍보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 밀양은 당일 자정이 되기 전까지 sns에 두 건을, 산청은 기간 내에 평균 하루 두 건을, 창원도 매일 하루 두 건의 개수를 채워야 했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도 한 번 구경해 보시라고 링크 올려봅니다~!
(브런치 작가소개에 보면 인스타 링크가 있는데 잘 안 보이셨는지 문의주신 몇 분이 계시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