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의 자판 두 개가 떨어져 나갔다. 아니, 사실 내가 떼어낸 거다. 갑자기 키보드 아래 낀 먼지와 고양이털들이 거슬려서 자판을 하나 뜯어냈다. 다시 끼워보려고 하니 잘 안 됐다. 그런데도 그 아래 자판까지 기어이 떼어내서 먼지덩어리를 제거했다. 그 역시 잘 안 끼워졌다.
그 두 개의 자판 중 하나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걸 봤는데 사라졌다. 나머지 하나는 내가 챙겨놨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레노버 키보드는 까다로워서 수리점에 맡기면 70만 원 정도가 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하는 곳에 맡겨도 30 정도가 든다고 한다.
내가 장르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5년 전에 대박 내라면서 남편이 150만 원 정도 주고 사준 노트북이었다. 전부터 쓰던 IBM 노트북과 빨간 콩이 좋아 레노버를 샀는데 몇 년이 지나 수리할 일이 생기니 이렇게 불편했다.
키보드 키감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산 노트북에 중요한 자판 두 개나 없이 쓰기 시작한 지 벌써 3개월이 넘었다.
밀양 오기 전에 이렇게 됐으니 그건 확실하다. 정확한 날짜는 알지 못한다.검은 키보드가 빠져 허옇게 드러난 자리가 초라하다. 글을 쓸 때도 불편하다. 산청 오며 다른 키보드를 가지고 왔지만 아직 짐 어딘가에 섞여 있어서 여행 중 쓴 적은 없다.
카페에서 작업할 때는 키보드를 따로 챙겨 다니기 불편하니까 그대로 쓰고 있다.
이렇게 고쳐지지 않고 오래 방치된 물건들을 보면 꼭 나 같다. 나 역시 어느 부분이 망가져 있는데 고치지 않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상한 방식으로 부작용을 드러낼 때마다 자신에 대한 미움만 커지곤 했다.
거의 10년째 안 열어본 외장하드가 무슨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건 밀양에 온 후배가 빌려준 잭을 연결해 확인한 후였다.
밀양에서 올라가면 그거 먼저 복구해야지, 나조차 정확히 모르는 나의 많은 사진, 파일들이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