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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글방 Dec 07. 2023

글을 짓다

을 짓듯, 글을 짓는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요즘은 조금 알 것 같다.      


남의 글을 지어보았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 글보다 어쩌면 더 힘들고, 생각 이상으로 보람 있고 뿌듯한 작업이었다.      


작가의 씨앗을 잔뜩 뿌려놓았지만 아직 열매 맺기 전에 만난 두 작가님의 글을 내가 홀랑 먹어버렸다.      

글은 작가님들이 쓰셨지만 기획부터 리뷰와 소소한 피드백, 교정까지 나의 손을 거쳤다. 작가로 책을 내는 것과는 또 다르지만 어쩌면 내 출판사에서 내는 결과물이라 내 책 보다 더 신경 쓴 부분이 있다.     

애정을 갖고 한 자 한 자 들여다보았다.      


글을 짓는다는 건, 그 사람의 인생 한 부분도 그곳에 들여다 놓는 것이다.      


그 삶 역시 애정하는 것이다. 다소 어색한 문장을 고치고, 반복되는 조사나 단어를 지우고 더 매끄러워지는 문장을 지켜보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작업이 아니었다.     


이 글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이 작가님들에게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잘 되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앞선 마음은 그것이었다.     


그리고 소중한 걸 깨닫는다. 애정이 없으면 이런 과정이 무척 힘들었을 것이라고.     


감사하다. 아마도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면 몰랐을 감정이다.     


처음부터 이 글이 잘 팔릴까, 하는 기대로 기획한 건 아니었다. 이왕이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가 닿기를 바라지만 내가 먼저 작가님들에게 제안한 이유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출간 원고가 부족하지는 않다. 이미 계약한 원고도 많고 진행 중인 것들도 일정을 잘 잡아서 컨트롤해야 할 정도다. 사실 원고는 내가 쓰는 걸로도 충분하다. 올해는 나의 출간작이 없을 듯 하지만 장르소설도 30만 자 정도 써놓았고 청소년 소설도 5만 자 정도, 퇴고를 거치면 당장이라도 출간할 수 있는(하지만 계속 미루는) 두 개의 에세이 초고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짧은 시간에 단편소설도 쓸 수 있고, 집중하면 내 글만으로도 충분히 1인 출판사를 꾸려갈 수 있다. 처음에는 그러려고 시작한 출판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인다.

 

그래서 무계획형 인간인 나는 또 끙끙대며 감당해야 할 일을 자꾸 벌이고 싶다.     


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무해하고 따듯한 마음을 지닌 분들의 이야기를 계속 담아낼 수 있으면 보람되고 즐거울 것이다.           



얼마 후 밀양 소은고택에 간다.


경단녀 10년 차 엄마의 취업 도전 성장기(?)를 담은 <면접 보러 가서 만난 여자>의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밀양에서 한 시간 거리인 창원 민들레책밭 사장님 책 <책방을 하다 보니 쓰고 싶은 말이 많아집니다>의 출간기념 파티도 할 예정이다.


둘 다 12월 중 출간 예정이라 분주한 연말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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