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까지만 해도 고양이나 요가 명상 같은 채널을 보았기 때문에 그리 중독적이지도 않고 한 두 개나 보고 끝내는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나는 쇼츠를 보기 시작했고, 그때야 비로소 유튜브 중독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 전에는 유튜브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했지만 넷플릭스 등 OTT 채널을 통해 보았고 특히 정말 싫어하는 게 드라마 요약본이었다. 스포일러를 무척 경계하기 때문에 보기 전에는 최소한의 정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성향이라 그랬다.
좋아하는 감독이나 작가의 드라마나 영화라면 보기 전에 관련 정보를 유난스러울 정도로 차단하는 편이었다.
그러니 요약본을 보면 본편을 보고 싶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안 보고 싶어질 것 같아서 그런 영상을 꺼려했다. 그러다가 무료하게 산더미 같은 빨래를 개는 날이었나, 드라마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다 봐야 직성이 풀리고 영화는 2시간 넘는 것들이 많아서 짧게 볼 영상이 필요했다.
재미없어 보여서 본편은 절대 안 볼 것 같은 드라마의 요약본을 보기 시작한 게 유튜브 중독의 시초였던 것 같다. 그렇게 드라마 요약본, 영화 요약본을 거쳐 쇼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핸드폰을 끌어안고 누워있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해야 할 일들을 미룬 채 뭐 하고 있는 건지 자괴감이 들었다.
이전에도 스마트폰을 많이 하긴 했지만 유튜브 등 SNS를 한 게 아니어서 이 정도로 통제가 되지 않을 줄은 몰랐다.
쇼츠에 한 번 꽂히니까 비슷한 드라마나 영화들이 알고리즘에 계속 떴고 본편을 안 본 드라마도 캐릭터나 줄거리나 명대사를 모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내가 본 드라마인데도 쇼츠로 보면 새롭고 더 재밌게 느껴졌다.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시간 낭비도 이런 시간 낭비가 없었다. 할 일은 여전히 태산인데 왜 이렇게 귀한 시간을 죽이고 있지? 게다가 유튜브를 보기 시작하니까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더 힘들어졌다.
나는 유튜브 영상 어디에선가, 우울증에 걸린 누군가가 영화를 보고 극복(?) 했다는 이야기를 본 게 기억났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극장에 가서 보려는 편이라 집에서 보는 경우는 손에 꼽혔는데 이제는 그냥 핸드폰으로라도 봐야 할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인 중고등학생 시절, 집에서 비디오 보던 때를 떠올리며 주로 그 시절 영화들을 보았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다잉 영,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슬라이딩 도어즈 등등.
그때 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들이었다.
썩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쇼츠보다는 나았다.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도 있었다. 신기한 건 그때는 되게 유명했던 영화인데 지금 보면 너무 이상한 캐릭터나 상황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설거지나 빨래나 청소를 할 때 틀어놓고 있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핸드폰은 방 밖에 두거나 차에 두고 내리기도 했다. 카톡 알람은 꺼놓았다.
자기 전에는 최소한 일 미터 이상 거리에 핸드폰을 두거나 거실에 두었다.
조금씩 핸드폰 중독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극단적으로 벗어나면 좋겠지만 아직 그 방법은 모르겠다.
최대한 핸드폰 대신 노트북을 이용하는 것, 쇼츠 대신 영화를 보는 것, 카톡 알람을 꺼놓는 것,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놓는 것, 그 정도만 해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