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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담담글방
Jan 16. 2024
햇살에 치우치지 않게
우리 집에는 화분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제라늄
, 하나는 돈나무다.
잘 죽지 않는다는 금전수, 돈나무 중
하나는
이미
몇 년 전
죽어나갔다.
돈나무도,
제라늄
도 친정 엄마가 주셨다.
제라늄은
향이 독특한데 모기를 쫓는
효과가 있다고 하시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화분이 온 이후로 모기 소리 때문에 깨는 날이 많이 줄었다.
두 개의 화분은 내가 장기간
집을
비울 때
도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다.
“나 없을 때 화분에 물 좀 줘.”
집을 떠나기 전
그렇게 말하면 남편은 그것까지 챙기기는 힘들다고
답
했다.
그래, 아이 밥은 주니 됐다. 말을 더 얹진 않는다.
내가
완도에
열흘 동안 있다가 돌아와 보니
물을 단 한 번도 주지
못했
다고도 했다.
친정엄마는 양파껍질과 다시마, 귤껍질을 이틀 정도 물에
담갔다가 화분에
부어주면 이파리들도 윤기 나고 훨씬 잘 자란다고 하셨는데 나는 수돗물을 바로 받아 부어주기도 버겁다.
방치 속에서도 두 개의 화분은 잘 자라났다. 아니, 그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화분의 식물들이 창가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처음에는
방향성이
보이는 정도였다면
날이 갈수록
줄기가 심하게
휘었
다.
해가
유독
잘 드는 집인가. 햇살 덕에 아직도 살아남은 거겠지만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져도 식물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았다.
화분을 치우친 방향의 반대로 돌려놓았다. 언제쯤이면 다시 균형을 잡을까.
고작
화분
두 개의 식물
도 균형 잡히게 키우는 게 어려운데, 식물과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한
양분을 주며 키워야 하는 아이는 오죽할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화분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존재는 아니지만 아직은
여리고 작고
성장 중
이니까 햇살에 치우치지 않게 자리를 옮겨주는
식물
처럼, 아이의 자리도 가끔은
옮겨주어야
겠
다
생각해 본다.
너무 햇살만 줘서, 그것만 향하게 해서도 안 될 것 같다는
걸
식물을 보며 배운다.
세상에 햇살만 있지 않음을, 내가 햇살 아래 서 있어도 누군가는 그늘 속에서 잠깐
들어오는
빛
마저
환상처럼 느낄 수
있음을, 밝고 좋은 햇살이라도 치우치면 결국 깊게 구부러질 수 있음을
,
너무 아프지 않게 배우며 자라길 바란다.
keyword
화분
햇살
제라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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