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고양이

2묘 집사 3년 차

by 담담글방

연차로는 3년이 되었지만 만으로는 고작 1년이 조금 넘은 초보 집사다.


고양이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전에도 가끔 인터넷을 떠돌다 고양이와 관련된 글과 사진들을 볼 때면 예쁘고 귀엽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한 번도 키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이미 사람 아이 키우는 것도 힘든데 고양이까지 키울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비용이며 노력이며 키우다 생길 수 있는 온갖 변수들을 떠올리면 저절로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인생에는 예기치 않은 인연이 생기곤 한다. 아이 학교 앞 작고 예쁜 카페가 있어 종종 가다가 그곳 사장님이 임시보호 중인 새끼 고양이를 우연히 보게 됐다.


카페 앞 가정집 지붕에서 떨어진 새끼 고양이가 하루 꼬박 벽 사이에서 우는 동안 엄마 고양이는 동네를 떠나갔고, 집주인 분이 무려 70만 원을 들여 벽을 부수고 구조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케어해야 할지 몰라 평소 동네 고양이 밥을 주던 카페 사장님께 고양이를 맡기셨다는 거다.


처음 봤을 때는 와 귀엽다! 정도였을 뿐 데리고 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여섯 살 때부터 고양이를 키우자고 난리였던 딸아이의 바람을 차갑게 외면해오던 터였다. 고양이라니. 고양이를 키우지 말아야 할 여러 가지 이유 중 무엇보다 사람보다 평균 수명이 짧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애지중지 키우다가 먼저 떠나면 그걸 어떻게 보나 싶었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도 고양이 별로 먼저 떠난 이야기를 인터넷 같은 곳에서 접하면 혼자 눈물을 흘리곤 했다. 키우던 강낭콩이 죽었는데 화분도 버리지 못하게 하는 아이의 성정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처음으로 우리 일냥이(애칭)를 보는 순간 솜털같이 하얀 털이 무척 귀엽다고만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침대에 누워 카페에서 찍은 고양이 사진을 보는데 마음이 복잡해졌다. 다음 날 다시 고양이를 보기 위해 카페에 갔다.


사장님은 이미 다묘 가정 집사에 더는 아깽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 카페에 커다란 상자를 두고 임시 보호하며 입양처를 알아보는 중이셨다.


카페 사장님이 안고 계실 때 잠깐 쓰다듬어 주었다


고양이가 링웜이라는, 사람에게도 옮는 피부병에 걸린 상태라서 잠깐만 만져보는데 그 잠깐 사이 내 손에 꾹꾹이를 했다. 인형 같은 하얀 발이 손바닥에 닿는 순간 마음 어느 한 곳이 무장해제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 사진 몇 장을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에게 일냥이 사진을 보여주며 고양이를 입양하면 어떨까 물었더니 펄쩍 뛰며 싫다고 했다. 고양이가 싫은 게 아니라 고양이를 키우면 생기는 그 부수적인 수고로움, 특히 날리는 털도 싫고 고양이가 조금은 무섭다고도 했다.


나는 이미 고양이가 내 손에 꾹꾹이를 한 순간 마음이 입양으로 기운 상태였다. 이런저런 말로 남편을 설득했다.


왜 이 고양이를 키워야하는지, 남다른(?) 묘연도 강조했다. 나는 일냥이의 엄마와도 안면이 있었는데 일냥이 엄마가 차 사고가 날 뻔한 걸 내가 엄청 큰 소리를 질러(함께 소리를 질러준 다른 도 계셨지만) 택배 트럭이 멈추고 고양이가 바퀴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밥을 주시던 카페 사장님 얘기를 들어보니 아마도 그즈음이 새끼를 낳은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무렵이라고 했다.


그런 에피소드까지 설명하며 우리가 책임져야 할 묘연을 강조했다.


집으로 데리고 오던 날


남편은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지만 날도 점점 추워지고 발랄한 어린 고양이가 카페 상자 안에서 지내는 것도 힘든 일이라 일단 임시보호를 위해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며칠도 되지 않아 일냥이를 절대 다른 집으로 보낼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일냥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순하고 낯도 안 가리던 일냥이는 집에 온 첫날부터 골골송을 부르고 온 사방을 돌아다녔다. 피부병인 링웜에 걸린 상태였지만 매일 아침저녁 소독하고 약을 바르고 수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일주일에 한 번 약욕을 하면서(씻기다가 팔뚝에 엄청난 상처가!) 차츰 나아졌다.


솜뭉치같던 일냥이는 한 달만에 거의 캣초딩 수준으로 두배 넘게 커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입양한 지 한 달도 안된 크리스마스에

고양이를 키우면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또 반전이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르며 고양이 필통, 고양이 양말, 고양이 가방,고양이 지갑, 고양이 노트, 고양이 연필, 고양이 손수건, 고양이 발매트 등등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고양이화 하려고 했던 아이가 일냥이를 예뻐하면서도 질투를 엄청나게 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일냥이가 나를 더 따른다는 사실 때문에 질투를 하더니 다음에는 내가 일냥이를 예뻐한다는 이유로 심하게 질투했다. 일냥이를 안고 있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둘째가 예뻐도 첫째 눈치를 보느라 안아주지 못한다는 사람들의 말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조금은 이해 가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그 후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져 이냥이(애칭)도 입양하게 되었다.


우리 고양이들은 모두 순한 편이고 생후 한두 달 사이 입양을 해서 낯도 안 가리고 적응을 잘했다. 밥도 잘 먹고 볼일도 잘 가리고 특별히 아픈 곳도 없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낯을 엄청 가려 손도 못 대게 하는 고양이들도 드물지 않고, 여기저기 아파서 경제적으로 큰 지출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에는 그런 변수들도 꼭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양없이 키울 자신이 있을 때 한 가족으로 맞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다행히 고양이 알러지도 없고 급하게 임시보호를 해야 하는 고양이와 만나 며칠 더 고민해보고 입양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예쁘고 귀엽고 좋을 거라는 기대만으로 키우기에는 한 생명의 평생을 책임진다는 무거움이 너무 크다.


냥이들이 어린데도 고양이 평균수명이 15년 정도라는 생각을 하면 슬퍼질 때가 있다. 그래도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에 집중하며 그런 마음은 떨쳐내려고 한다.


건강히 오래오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