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外 6권

1월 8일~1월 15일

by 담담글방


20220108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 허새로미 / 봄알람



제목이 인상적이라 산 책이다. 얼마나 괴로우면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깊은 우울에서 빠져나온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읽어보니 가정 내에서 주양육자인 부모에게 당한 정신적 육체적 폭력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나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었다.


나는 어쨌든 울고 맞고 때로는 소리치고 대들고 다 죽여버릴까 아니면 죽어버릴까 고민하며, 무릎에 고개를 파묻은 채 지새우는 밤들을 지나 살아남았다.


저자가 묘사한 원가족의 이야기는 읽기만 해도 고통이 전이되는 거 같았다. 아무리 부족하고 어떤 짓을 해도 존재만으로 완전체가 되는 아들과 달리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학대당하던 딸인 저자는 서른다섯, 탈출을 하기까지 심지어 그런 엄마에게 인정받으려는 시도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가족이 하는 말을 곧이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나를 겁주는 사람들을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나는 혼자서도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오랜 세월을 불안에 떨지 않고 보낼 수 있었을까.


원가족에게 받은 차별과 학대가 아들과 비교됐기에 글 곳곳에서는 '딸들은'이라는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딸들에게는 보통 소속이 없다. 가끔 주어지는 따뜻한 소속감은 보통 조건부다' 이런 묘사는 딸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며느리'라는 말을 넣으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졌다. 부모님께 사랑받으며 귀하게 자랐는데 갑자기 시가에 가니까 나는 부엌데기가 되어있었다. 며느리라는 이유로 함부로 대해졌다. 딸이라서 차별받은 적은 없지만 시부모님의 (주관적으로) 우월한 아들 옆에서 나는 존중받을 필요 없는 며느리가 되었다. 이 책과는 결이 좀 다르지만 자꾸 내가 시가에서 겪은 일들이 떠올라서 어느새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딸들에게 저자가 본인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위로가 되면 좋겠다.




20220109.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제임스 클리어 지음 / 이한이 옮김 / 비즈니스북스



내가 읽은 습관 관련 책 중 가장 와닿았던 책이다. 촉망받는 야구선수였던 저자가 '훈련 중 얼굴뼈가 30조각이 나는 사고를' 당한 후 '매일 1퍼센트씩의 성장을 목표로 일상의 작은 성공들을' 이뤄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저자는 대학 최고 남자 선수로 선정되었고, 자신을 인생의 나락에서 구해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리는 자기 계발 전문가가 되었다. 습관을 고치는 게 가장 어렵게 느껴지고 나 역시 아주 나쁜 습관들을 오래 고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조금씩 그 습관들을 바꿔나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기곤 한다.


이전에 어떤 행동을 수천 번 했다면 우리는 그 일들을 간과하기 시작한다. 이 일이 하기에 괜찮은 것인지 묻는 걸 그만두고 늘 하던 대로 그 일을 한다.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실패하는 일 대부분이 이런 자기 인식 결핍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나는 습관 점수표를 만들었다.


일어난다, 알람을 끈다,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이런 식의 일상적인 습관들을 작성한 후 습관에 점수를 매기고 나서 '어떤 평가도 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해보자. 잘못에 대해 스스로 지적하거나 비판하지 마라.' 저자는 일단 그 습관들을 직시하고 거기에 습관 쌓기를 하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습관 쌓기의 핵심은 해야 할 행동을 이미 매일 하고 있는 행동과 짝짓는 것이다. 이 기초적인 구조를 완전히 습득하고 나면, 작은 습관들을 함께 연결시킴으로써 더 큰 습관을 쌓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오전 7시에 주방에서 1분 동안 명상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충분히 반복하다 보면 적시에 적정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1분 명상하기'를 실행할 수 있었다. 습관 점수표를 만들고 습관 쌓기를 하면서 조금씩 좋은 습관을 만들어가고 싶다.






20220110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 정세랑 지음 / 위즈덤하우스



<보건교사 안은영>을 쓴 정세랑 작가의 여행 에세이다. 이야기는 오랜 친구가 사는 뉴욕 여행을 어떻게 가게 됐는지부터 시작된다. 나는 131p까지 이어지는 뉴욕 여행기 부분을 읽었다.


L의 설득에 넘어가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혼자였으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여행을 했으니까. 여행보다는 머묾에 더 가까운 형식의 여행이었고 그게 잘 맞았다. 자매처럼 함께 살았고, 밀렸던 이야기를 잔뜩 했고, 우리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언제나 나를 근사한 쪽으로 슬쩍 밀어주는 내 친구. L의 집을 떠날 때는 거의 이사처럼 느껴졌고, 내가 떠난 후 L도 곧 그 집을 떠났다.


소소하고 따듯한 이야기들.


대학을 졸업할 때 부모님이 오시지 못하는 상황에 일부러 친구의 졸업식 일정에 맞춰 뉴욕을 방문했던 저자는 그렇게 뉴욕에서 돌아와 가끔 여행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20220111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완독) /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미술을 전공하고 회사에 다니며 일러스트를 그리던 저자가 어느 날 퇴사를 하고 쓴 글이다. 눈길을 끄는 제목과 일러스트를 보면 욜로를 외치며 탱자탱자 노는 사람의 이야기일 것 같지만 본인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온 사람이 마흔에 인생을 돌아보며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내면의 과정을 담고 있다.


나는 돈에 얽매여 있었다. 그렇게 평생을 돈을 좇으며 살았는데 그럴수록 돈이 도망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돈 버는 능력이 좀 모자란 탓도 있겠지만 신기하게 돈은 벌어도 벌어도 부족했다. 200만 원 벌던 사람이 500만 원을 번다고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연봉이 1억을 넘어도 돈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나라고 다를까?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런 식으론 아마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우리 부부도 그랬다. 결혼 무렵에는 남편의 일이 안정되지 않아 수익이 적었는데 차차 남편의 수익도 좋아지고 나도 3년 가까이 육아 후 복귀했을 때 우리 둘의 수익을 합치면 적지 않은 돈이었다. 애를 보며 각자 일을 하느라 제대로 대화 한 번, 가까운 근교 나들이 한 번 가지 못하고 몇 년을 보냈다. 그런데도 늘 돈이 부족했고, 돈을 벌수록 더욱더 경제상황은 힘들어졌다. 수익은 올라가는데 빚도 늘어갔다. 특별히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돈이 술술 빠져나갔다. 계속 그렇게 살 수 없어서 결국 작년에 남편의 일을 멈추고 이런저런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검소하게 살면 더 게으르게 살 수 있다.



큰돈을 쓰는 건 아니지만 자잘하게 수많은 물건을 인터넷으로 사들였다. 대출도 갚아야 했고 아이한테 들어가는 돈도 많았다. 우리 부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바빠졌다. 좀 더 검소하게 살았다면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많았을까? 어린 시절에 아이는 아빠와의 추억이 많지 않다. 돈을 주고 다시 사고 싶어도 절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다.


내 삶을 고통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꿈꾸던 것들을 잡으려 애를 썼지만 잡히지 않고 자꾸 멀어져만 갔다. 꿈을 이루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하지만 계속 불행했다... 지금의 내 삶도 꽤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에세이를 관통하는 주제는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노력을 해도 소용없는 순간이 많은 게 인생이니 뜻대로 안 돼도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는 응원 같았다.





20220112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리사 펠드먼 베럿 지음 / 변지영 옮김 / 정재승 감수 / 더 퀘스트



눈에 띄는 내용은 인간의 뇌에 대한 유명한 이론인 '삼위일체의 뇌'에 대해 반박하는 부분이다.

진화 이야기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삼위일체의 뇌triune brain'로 알려져 있듯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나는 생존을 하나는 느낌을 하나는 생각을 담당한다. 가장 안쪽에 있는 층, 다른 말로 '도마뱀의 뇌lizard brain'는 이른바 고대의 파충류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우리의 생존 본능이 들어있는 곳이다. 변연계limbic system라 불리는 가운데 층은 선사시대의 포유류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감정을 담당하는 오래된 부분을 담고 있다고 추정된다. 대뇌피질의 일부인 가장 바깥층은 유일하게 인간에게만 있으며 이성적 사고의 근원이라고 한다.
(중략)
삼위일체의 뇌 가설은 과학을 통틀어 가장 성공적이었으며 가장 널리 퍼진 오류중 하나다. (중략) 인간의 뇌에 새로운 부분이란 없다. 우리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다른 포유류의 뇌에도 들어 있으며, 다른 척추동물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발견으로 삼위일체의 뇌 가설의 진화적 토대는 흔들린다.


삼위일체의 뇌 가설이 왜 잘못된 것인지 여러 이유가 제시되지만 완벽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문과의 한계를 느끼며... 나중에 언젠가 뇌와 관련된 글을 쓰게 된다면(?) 그때 읽기로 하고 책을 덮어둔다.






20220113.


-작가란 무엇인가 2 / 올더스 헉슬리 등 / 김진아 · 권승혁 옮김 / 다른



몇 년 전 <작가란 무엇인가> 1권을 재미있게 보았다. 1권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밀란 쿤데라, 무리카미 하루키 등 작가 12명의 인터뷰를 다루고 있는데 2권은 올더스 헉슬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조이스 캐럴 오츠, 도리스 레싱, 토니 모리슨, 주제 사라마구, 권터 그라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도리스 레싱 인터뷰를 먼저 읽어보았다.


아이를 키울 때 아주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맹렬하게 쓰는 법을 훈련했습니다. 주말이 비어 있거나 한 주 정도 시간이 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량을 작업했죠. 지금은 그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사실 더 천천히 작업할 수 있으면 훨씬 잘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습관이 들었어요. 대부분의 여성은 그런 식으로 쓰더군요. 반면 그레이엄 그린의 경우에는 매일 200자의 완벽한 단어를 써낸다고 하더군요! 사실 저는 몰입했을 때 훨씬 잘 쓴다고 생각합니다. 뭔가를 쓰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아귀가 잘 맞지 않고 어색하지요. 그러다 느낌이 오면서 갑자기 아주 술술 써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때는 제가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붙잡고 끙끙대면서 앉아 있을 때는 그렇지 못해요.


작가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작가가 되는데 무슨 사건에 영향을 받았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읽지 않은 다른 작가들의 인터뷰도 기대된다.




20220114.


-밝은 밤 / 최은영 / 문학동네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을 쓴 최은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유명한 두 책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았는데 사놓고도 몇 년째 못 읽고 있다. 밝은 밤을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듣던 대로 글이 좋아서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고 있다.


주인공이 이혼 후 희령이라는 마을에 가서 엄마와도 연락을 끊고 사는 할머니와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 조금씩 거리를 좁히던 중에 할머니는 손녀에게 백정의 딸이었던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려준다.


양민이었던 주인공의 증조부는 백정의 딸인 증조모가 일본군에게 끌려가는 걸 막기 위해 부모를 두고 함께 떠나자고 한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도 아니고 대단한 사랑의 감정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가고 말고는 너가 정하라우. 군인들이 널 데려가면 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러는 기야. 네 말이 맞다. 내 너를 몰라. 너도 내를 모른다. 기래두 알 수 있는 기가 있잖아. 너가 이렇게 가버리면 내는 불행해질 기야. 되돌릴 수도 없이 고통스러워질 기야.


그렇게 신분을 뛰어넘는 혼인을 하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개성으로 간 증조부는 아내에게도, 이후 자식에게도 특별한 정을 느끼지 못한다. 깨진 그릇에 발이 찔러 피가 배어나는 아내의 버선을 보고서도 아프냐고 묻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순교자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사람이었다. 가진 모든 것을, 목숨까지도 버려 천주에 대한 사랑을 지키려 했던 그들의 이야기에 감화를 받았다. 그는 증조모를 알게 되면서, 그녀가 사는 모습을 보고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를 했다. 너를 구하기 위해 내 인생을 희생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그 결과로 그는 평생을 억울함과 울화와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했다. 자기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부모를 떠날 때만 해도 몰랐던 것이다. 아니, 그는 평생을 몰랐다. 자기가 얼마나 작은 손해에도 예민하고 속이 좁은 사람인지. (중략) 아내에 대한 애정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사실 그는 자신과 달리 당당하고 강인한 그녀를 동경하면서도 두려워했다. 남편으로서의 일말의 권위마저 빼앗길 것이라고 예감했고, 아내가 속으로 자신을 비웃고 있지는 않을까 염려했다. 나는 너를 돕기 위해 모든 걸 버렸는데, 왜 그만큼의 대접을 안 해주고 내 기분을 맞춰주지 않는 거지? 그는 의아했고 아내에게 속은 기분이 들었다. 아내는 그저 자기 할일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부터 양민이었던 것처럼 굴었다. 백정인 주제에 말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한눈에 드러내는 놀라운 문장과 심리묘사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처음으로 크게 감탄한 부분이었다.


증조모는 개성에 와서도 백정의 딸이라는 소문 탓에 괄시를 받다가 새비 아주머니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개성으로 이주할 때 도와주고 아픈 어머니의 임종을 지킨 새비 아저씨의 아내였다.


-새비는 아시까?
-뭐를요.
-내 아바이가 백정이었단 기요.
새비 아주머니는 그녀를 멀뚱히 쳐다봤다. 무슨 뜻으로 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아......아즈마이가 고생을 많이 했다구, 아바이 돌아가시고 혼자 밥 벌어 어마이 모시고 살았다구 들어 알았댔어요. (중략)
자기가 한 밥을 먹고 맛있다고 말해준 사람도 증조모에게는 새비 아주머니가 처음이었다. 증조모는 새비 아주머니를 잘 알지 못했던 그때부터도 새비 아주머니를 잃을까봐 덜컥 겁이 났다.
(중략)
-새비야.
-응.
-내가 너 밥 굶을 일 없게 할 기야. 너 이제 다신 안 굶는다. 방앗간에 네 이야기 해놓을 테니 넌 네 몸이나 잘 보하라우.


왜 이 문장을 읽는데 눈물이 나는지 모를 일이다.




20220115.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 / 이용한 글·사진 / 문학동네



브런치 인기글에서 고양이 사진을 우연히 보고 구입하게 된 책이다. 저자가 시골 전원주택에 살면서 집 앞마당과 동네에 급식처를 정해두고 13년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며 글과 사진으로 담아낸 기록이다.


우리 집으로 걸어오던 풍채 좋은 대장고양이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왜소한 체구의 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좁쌀 같은 인연으로 너와 내가 만난 것만으로 기적이었어."
너는 간신히 눈을 떠 처음으로 나와 눈을 맞추었다.


오랫동안 여행가로 살다가 시를 쓰고 사진을 찍는 저자는 고양이 관련 책을 오랫동안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고양이 식당의 첫 손님, 가족 손님, 밥자리 서열에서 밀린 고양이들 등 밥을 주며 만나게 된 다양한 길고양이들의 사연은 각각 길지 않은 이야기로 담겼는데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대문 앞에 웬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몽당이였다. 이 녀석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일어나 집에 가서 자야지, 하면서 알은 체를 해도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살짝 다문 입에는 거품이 묻어 있었고, 코에서도 진물이 흘렀다. 황급히 녀석의 목덜미를 만져보니 이미 몸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출산을 코앞에 둔 듯 만삭의 배만 유난히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이웃 주민이 고양이들이 텃밭을 망친다며 일부러 놓은 쥐약에 고양이 식당 손님이던 엄마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고양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깊은 애정을 갖지 않으면 담아낼 수 없는 사진들 역시 길고양이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 역시 두 마리의 길고양이를 입양했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가고 마음이 아픈 부분이 많았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건, 그 고양이의 생로병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힘든 일일 것 같다. 육체적 수고뿐 아니라 마음을 내어줘야 하기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혐오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과 고양이들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