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문화재연구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뭐 실측도 하고 박살이 난 것들은 복원도 했다.
옛 물건들은 누가 만들었는지 표도 안나고 말도 없지만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다.
토기 안팎의 지두흔이 기억에 남는다.
만들고 굽는 이가 모양을 좋게 잡으려고 도구로 두드리고 손으로 다듬는데,그 지문과 손톱 자국이 남아서 구워진 후에 어느 망자와 함께 잠들었다가 수세기가 지나서 아파트 짓느라 땅파다 보니 불쑥 나타나서 후손들과 조우한다.
사람은 홀딱 썩고 없다. 그렇지만 그이가 구운 그릇만은 남아서 안녕. 난 유개고배라고 한다. 라고 인사한다.
나는 그걸 좋아했다 .
그게 좋아서 돈은 적어도 그 알바가 좋았다.
이름도 모르지만 그릇을 구웠던 그자의 체온이 기나긴 어둠을 지나서 내 손끝에까지 느껴진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처럼 그냥 태어나니까 살아서 열심히 뺑이 쳤겠구나 싶기도 하다)
연대가 좀 더 높은 신석기나 구석기 시대의 생활토기들은 바스라질 것 같이 볼품은 없어도 무척이나 귀하고 따스했다.
쓰다가 바빠서 떠났는지 국사책에서 배우는 밀개 같은 뭐 별거 다 나오는데 토기 저부의 꾹꾹 누른 자국은 언제나 틀림없다.
이 땅에 사람의 시대를 연 그이들의 손자국이 귀하고 귀해서 나는 늘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좀 오바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참 그랬데이.
내가 소싯적엔 감수성이 퍽 과해서 더 그랬나.
하여간에 그만두고도 당시 팀장님과는 아직도 안부를 물으며 잘 지낸다.
얼굴무늬 수막새 이야기를 한다는게 이리 됐다.
지금 경주의 상징이다. 난 이 수막새 모양의 신라미소빵을 냠냠 먹으며 글을 쓴다.
기와를 구운 자는 자기 수막새가 천몇백년 후에 서라벌의 얼굴이 될 것이라 생각했을까.
이 수막새가 발견된 영묘사터에선 제법 독특한 기와가 많았던 모양이다. 영묘사 지귀설화 자체가 독특하긴 했지만.
구운이 자신의 얼굴이라면 너무 나르시스트 같고. .아 하긴 뭐 클라이언트가 어련히 알아서 시켰을라구ㅎ. .
절묘하게 사람 녹일만큼만 절도있게 깨진채로 묘한 미소를 띄우며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수막새를 보면서 옛날 기억 한번 끄잡아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