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 좀 줘라

by 따따따

할머니 돌아가시고 부모님의 동반여행은 처음이다.
오랜 고향친구들과 곗돈으로 칠순기념 여행을 가시는데,지금껏 집이 아무도 없이 비워진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환갑기념에는 할머니와 내가 있었고 꽃순이도 있었지만 이젠 정말로 집 지킬 이는 꽃순이 뿐이다.

며칠전부터 엄마는 개 밥주러 오겠느냐며 멋쩍은 듯이 홍홍 웃었다. 사료야 부어놓으면 알아서 나누어먹으니 그만이지만 실상 꽃순이 똥오줌 때문에 그러는것이다.

오늘 아침부터 다녀왔다.

참고로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아버지가 개 굶어죽을까봐 물과 사료를 어마어마하게 부어놓고 나갔다. 사료 비싼건데.

날도 따뜻하구만 아무도 없어서 마음이 쪼그라들어 그런지 심드렁히 허름한 개집 한구석에 쳐박혀있다가 내 얼굴을 보고 다그락 튀어나온다.

적잖이 반가웠구나 자꾸 뛰어오르는걸 보니.

한바퀴 돌고 집으로 들어온다.

사뭇 즐거운 얼굴인데,그 얼굴에 이제 나는 가노라 하려니 찌잉했다.그래도 어쩌냐 내일 또 오마 하고 자꾸만 뛰어오르는 개에게 간식으로 달랜다.

그러고 돌아서는 내 뒷통수에 옭!하고 한번 짖는다.

가는줄 아는구나.그냥 한번 던져보는구나.

개의 기척으로 혼자 긴 밤을 지켜야 할 것이다.

아. . 내일 아침에 또 가야되는데.

이런 정성에 주는 상이 있다면 나도 충분히 수상 자격을 갖추고 있다.상품은 핸드솝을 줬으면 좋겠군.

내일 또 보자 잘자라 김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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