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기억속의 개

어떤 셰퍼드

by 따따따

어릴적엔 집에 개가 없었다.

대신 옆집 젊은작은할아버지네는 개를 자주 갖다 길러서 그집 어린 고모들과 개와 자주 놀았다.

가장 오래된 개의 기억은 그집 개이다.

이름은 그냥 메리인지 도꾼지 그랬던거 같은데.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 개는 셰퍼드 종이었다.

그집 젊은작은할아버지는 한량 비슷해서 뭐 그런 개를 덜컥 잘 데려왔다. 좀 섞였을지도 모르지만 저먼셰퍼드와 아주 흡사한 생김의 개였다.

줄 없이 놓아기른 그 개는 아이들이랑 잘 다녔다.

묵묵히 그집 애들이건 다른 애들이건간에 보폭을 맞춰주면서 산으로 들로 쏘다녔다.

내 기억에 그 개 덩치가 상당했는데 단 한번도 누구에게 짖거나 위협하는걸 본 적은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아부하거나 꼬리를 흔드는 애교는 없고,보모같은 느낌이랄까.

한번은 여름에 애들 한무리랑 같이 농로를 뛰다가는 저수지 근처로 내려가더니 망설임도 없이 풍덩 뛰어들어 첨벙첨벙 개헤엄을 쳤다.

위험해보여서 이름을 불렀더니 한번 나왔다가 또 뛰어들어서 첨벙첨벙 수영했다.

더웠나보다. 애들 열심히 수발하다가 더워서 잠시 수영을 즐긴 것이다.개도 더우면 그렇게 자발적으로 물에 뛰어든다는걸 알았다.

그 개에 관한 기억은 여름 한철뿐이다. 아마도 여름 이후로는 생이 바뀌었을 것이다. 어린 고모들한테 메리는 어디갔냐고 물었던거 같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훌륭한 개였다.

아이들을 잘 돌봐주는데다 행동거지가 점잖았던걸 보면 어딘가에서 훈련을 받은 개였던듯 하다.

더구나 어느날 갑자기 뿅하고 나타났는데 그 덩치였으니까. 퇴역한 군견이기라도 했을까.

꽃순이를 생각하다가 그 개가 생각이 나서 남겨본다.우리 꽃순이는 아이들은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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