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순이는 엄마를 좋아했다.
밥을 주고 산책을 시킨건 나였지만 밖에서 특히나 엄마를 보기만 하면 이성을 잃고 달려갔다. 그러다 차에 치인 적도 있을 정도로 엄마를 사랑했다.
엄마가 밭에 나갈때 자전거를 탄다는걸 알고 있어서 자전거를 탄 여자를 보면 우두커니 서서 한참을 응시하거나 비슷한 크기의 자전거를 보면 꼭 다가가 냄새를 확인했다.
방금 집에서 엄마를 봐놓고도 꼭 그랬다.
그 자전거가 엄마의 것이라거나 자전거에 탄 사람이 엄마라면 멀리서부터 꼬리를 설렁설렁 흔들기 시작해서 냄새가 가까워지면 미친듯이 달려나갔다. 그걸 본 동네 아지매가 저것이 사람보다 낫다며 웃었다.
인간은 나이가 차면 찰수록 부모가 반갑다고 버선발로 뛰쳐나가진 않으니 말이다.
오래 전 우리 오빠는 일 때문에 올케와 결혼 직후에 바로 외국으로 나가게되었다.
공부 때문에 애초에 타지 생활 오래한 아들자식을 자주 볼 일이 없는데다, 장가 보냈더니만 머나먼 외국으로 떠난다니 이해는 하면서도 엄마는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심적 공허와 우울을 겪었던가 보았다.
그런 내색은 딸자식인 나도 잘 몰랐는데, 짐승일체사절이라던 엄마가 아버지와 직접 아버지 친구분 집에서 손수 데려온 것이 꽃순이였다.
하도 마음이 울적하고 슬픈데 흰 강아지가 폴싹폴싹 뛰는걸 보니 위로를 많이 얻었다고 나중에 엄마가 그 이야기를 하더랬다. 아무도 모르는 자기 마음을 가장 많이 달래주었다고. 그때 몹시 귀여워하던 자기 마음을 개가 늙어서도 계속 간직하는가보다고 기특해를 했다.
꽃순이가 다 늙어서도 엄마에게만 하는 행동이 있었는데,
꼭 자전거 타고 일하러 나가려는 엄마의 두다리를 콱 틀어쥐고 안놓아주는 것이다.
그럼 엄마는 개머리를 쓸면서 집 잘지키라 하고 등을 두드려주면 그제사 풀어주더라했다.
백이면 백 꼭 그런다는 것이다.
그러던 꽃순이는 할머니의 2주기날 죽었다.
엄마가 꽃순이의 뜬 눈을 감겨주고 오빠와 아버지의 손에 맡겨 할머니 산소 곁으로 보냈는데, 제사준비가 더 이상 하기 싫을만큼 섭섭하고 슬펐다고 한다.
꽃순이 얘기가 나오면 엄마는 언제나 목소리가 애잔해진다. 나는 꽃순이 생각만 하면 그저 눈물이 줄줄 나오지만 쿨한 촌사람인 엄마는 그런거 없긴하다.
그렇지만 첫마디는 항상 아이구 우리 꽃순이. . 하면서 마지막엔 꼭 짐승일체사절이라고 몇번이고 말한다.
다시는 개를 키울일이 없을것 같기도 하다.
나이 드신 부모님에게 꽃순이만큼 큰 개는 부담스럽다.
큰 개가 듬직하고 좋긴한데 키운다한들 꽃순이처럼 되는게 아니지 않냐며 못 키운다한다.
그리고 옛날엔 내가 개 케어를 다 했으니까.
사실은 꽃순이 성질 꽤 드러웠는데 그런건 기억 안나는가보다ㅋㅋ..
고향의 동물라이프는 꽃순이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