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

by 따따따

아주 옛날 내가 초등학교 1,2학년이나 되었을까 어느날 아침 괜히 학교 가기 싫다고 엄마,아빠, 할머니 바짓가랭이까지 잡고 늘어진 적이 있다.

그냥 가면 되는데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80년대 후반 유치원 다니기전부터 혼자 혹은 친구들하고 차비 50원 내고 버스 타고 잘 다녔는데, 어리광이 통하는지 한번 시험해봤던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리광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감히 학교를 결석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부모님은 대단히 강경했다.

오빠와 언니가 병결로 개근을 하지 못해서 나만은 개근을 하길 바랐던 엄마는 그래도 막내라고 등짝은 후리지 않았다.그놈의 개근상..왜 내가 타야해ㅠ

어른 셋이서 둘러싸고 가시나 이거 와이카노를 연발하며 아버지 바짓가랭이를 잡고 안놓는 나를 학교에 보내려고 무던히 애썼다. 재밌는건 아버지가 자식들한테도 인정없는 사람임에도 그날 기억엔 학교에 어떻게든 보내려고 무던히 막내를 달래는 그냥 보통의 아버지였다.

버스는 이미 가버렸는데 마침 학교 방면으로 가는 부모님 아는 분 차가 지나는 길에 자초지종을 묻고는, 흐끅대는 나를 홀랑 싣더니만 그길로 그만 학교로 끌려가고야 말았다.

그런데 학교 가니까 딱히 지각도 아니었고, 막상 그날 하루 웃고 떠들고 잘 지내다 왔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아이들 교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서 등교거부하는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 배려도 생기고, 결석하는 사유가 학교측에서 제시하는 규율에 어긋나지 않으면 수업을 빠져도 별 상관이 없는 좋은 세상이 되어 있구만... 우리 아들도 그러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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