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by 따따따

어릴때는 엄마나 할머니와 버스로 오분거리에 있는 면소재지의 목욕탕에 주로 갔었다.

그때는 일요일만 쉬었으니 일요일의 목욕탕은 사람으로 미어터져서 열기가 대단했다.

특히 명절전의 목욕탕은 아우성치는 지옥도를 그대로 펼쳐놓은 것 같았다.

온탕에는 때를 불리려는 사람들을 말아놓은듯 바글바글했는데, 아줌마들은 물이 차다고 자꾸만 뜨거운 물을 틀어대서 (그 당시는 탕에 달린 온냉수도꼭지로 아무나 직접 조절가능했음)발을 담그지 못할 정도로 뜨거워져야지만 흡족해하며 저마다 몸을 데쳐냈다.

젊었던 엄마는 언니와 나를 씻기고 자기까지 씻으려면 아마 몹시 바빴을테니, 물의 온도보다는 때가 잘 불리는 효율성에 북적이는 목욕탕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단 지옥의 열탕에 몸을 불린 후 엄마는 겨우내 트실트실하게 튼 자식들의 손과 발 등짝을 박박 밀어서 묵은때를 없앴다. 그리고는 인정사정없이 열탕물을 끼얹어 헹궈냈는데 아직도 피어오르는 그 뜨거움과 열기가 생생하다.

지옥수로 머리까지 감고 나면 냉수로 숨통을 좀 틔일수 있다. 불린 때가 말라버린다고 때밀기 전까지 냉수는 금기니까.

그렇게 뜨거웠던 기억이 생생해서 지금도 목욕을 가든 좋은 온천이라도 가든간에 거의 한시간 이내로 씻고 나온다.

스파급 사우나에 친구와 같이 갔었는데 훌륭한 이벤트탕과 시설을 느긋이 즐기지 않는 나를 친구가 굉장히 의아해했었다.

나에게 목욕탕은 그냥 씻는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오래 있음 때가 또 불어. .

하여간 그렇게 치열하게 목욕을 했던 지난 세월은 사라지고 엄마와 목욕을 언제 갔는지도 까마득이다. 아아 설이 오기전에 엄마와 목욕을. .

보태자면 오빠는 아버지와 목욕을 다녔는데 주로 근처의 온천목욕탕에서(아마 서로 대강 밀었겠지.) 목욕을 하고 꼭 간짜장을 먹고 왔다.

그게 부러워서 아들이 아닌게 좀 서러웠. . 흐끅.

지금은 바로 코앞에 단지내 사우나가 있어서 언제든 가고 싶을때 간다.
버스 타고 목욕 다녔다고 하면 도시 친구들이 그렇게 신기해했는데 이젠 나도 도시 사람 크. . 도시에 취한다 ㅋㅋ.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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