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놀이

by 따따따

인형사진 출처-미미피아 쇼핑몰


어릴적에 빠듯하다 못해 쪼달리는 촌살림에 부업 같은걸 해서 가끔 엄마가 사다준 선물중에 기억에 남는 세가지가 있는데, 작은 곰돌이와 미미인형, 베르사유의 장미 애장판 만화책 세권이다.


대개의 여자애들이 그렇듯 나도 인형놀이를 좋아했다. 그 시절 내 또래의 주변 다른 여자애들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좋아했던 것 같다.
인형이 갖고 싶다고 내가 엄마에게 여러번 얘기를 했던 모양이다.

어느날 밤에 받은 미미는 내가 진짜 갖고 싶었던 만물상문구점의 그 화려한 쥬쥬 세트는 아니었지만 어찌나 좋던지 그 좋았던 감정이 지금도 기억난다.
미미보다 쥬쥬가 더 비싸고 정교해서
쥬쥬는 진짜 꿈의 쥬쥬에 다름없으니까 저렴한 미미로 골랐겠구나 하고 그때도 그 생각했다.

미미머리를 빗겼다가 묵었다가 감겼다가 온갖 뭇지랄을 해쌌다가 결국은 단발로 싹둑 잘라보고. .

이웃에 나보다 세살 많은 언니가 있었는데 그쪽은 인형옷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5학년인가 그랬는데 손가락 한마디만한 인형양말이나 조끼나 원피스는 물론 탈지면으로 솜코트까지 만들어내는 탈우주급 먼치킨. .

그 집안 4남매는 머리가 다 좋았는데 이 언니는 손재주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지금은 간호사인데 혈관 한방에 찾을듯.

여튼 그 언니 어깨너머로 배운 인형 바느질로 집에 있는 허드렛 양말이나 할머니가 몸빼 박고 남은 자투리천 같은걸로 한참 인형 코스튬에 열중했다.

이웃 언니한테 놀러가서 솜코트 만든거 다시 좀 보여달랬더니 그 집 아버지가 정신사납다고 인형 모조리 다 갖다버렸다고 했을때는 정말 슬펐다.

고학년이 되었어도 인형사랑은 여전해서 외삼촌댁에 놀러가면 있었던 쥬쥬의 집,미미의 부엌 이런것에 넋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외삼촌네는 도시에서 중산층 이상의 넉넉한 살림이었던지라 레고블럭은 물론이고 쥬쥬,미미인형과 많은 드레스에다 커다란 인형집까지 외사촌여자애 방 한켠에 그득해서 촌것의 눈이 휘둥그레지다 못해 팽팽 돌았다.

사촌여동생은 인형이 워낙 많으니 심드렁해서 다른거 하고 놀자고 했지만 나는 그 방에서 한참동안 혼자서 인형놀이를 했었지 아마.


언니의 딸인 조카애도 인형을 좋아한다.

나는 인형을 사달라는 부탁에는 거절하지 않는다.

인형을 갖고 싶은 그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니까.

마트 가면 즐비한 장난감중에 아직도 나는 솔직히 인형 코너가 꽤나 재미있다.

요즘 쥬쥬는 시크릿 쥬쥬로 업그레이드 되어서 얼굴이 어른 기준에도 아주 예쁘고, 미미는 시리즈가 아주 다양하다.
미미는 얼굴이 거의 그대로다. 이런 인형 얼굴이 아직도 먹히는게 신기할 지경.

바비는 애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거 같다. 딱봐도 너무 아메리칸스타일이긴 하다.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겨울왕국빠라서 지나가다 엘사나 안나인형 있으면 꼭 구경해보고.

피규어가게에서 꽤 괜찮은걸 봤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아이러니지만 그리 사랑하던 내 최초이자 마지막 미미가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난다. 뭐 엄마가 잔소리하면서 내다버렸을 게 틀림없지만.
조카의 인형보따리와 인형놀이 하는 꼴을 보고 있자면 젊고 고단했을 엄마의 부업 터덜터덜 퇴근길과 그럼에도 가볍고 경쾌하게 들려왔을 나긋한 미미인형이 생각나서 아련하고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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