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순이가 작년 4월에 죽었는데 벌써 또 4월이다.
여전히 개 생각만 하면 코가 찡한게 눈물이 줄줄 흐르지만 예전보다는 좀 덜하다.
꽃순이는 할머니 발치에 묻혀있고,지난 겨울에 할머니 산소에 오르면서 둘러보니 개 묻은 자리가 폭 꺼졌더라고 엄마가 얘기해줬다.
짐승은 묻으면 금새 썩어서 흔적도 없다고.
누가 그랬는데. .
강아지 강씨 강형욱씨가 말하길 산책을 꺼리는 노견들의 이유가 본능적으로 집에 돌아올 체력이 없을것을 걱정해서라고 한다.
꽃순이는 죽는 그날 낮에 할머니 기일이라 집에 온 철 모르는 조카들이 산책줄을 달자, 어느 누가 다가가던지간에 며칠간 돌처럼 꼼짝하지 않던 몸을 묘하게도 부스스 일으켰다고 했다.
평소 꽃순이는 아이들에게는 간식 받아먹을때 말고는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따라 골목길을 조금 걷던 꽃순이는 마침내 풀썩 주저앉았고 오빠가 꽃순이를 안아서 데려왔다. 그리고는 몇시간후 눈을 감았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 아이들을 따라나선 꽃순이의 마음은 어떤것이었는지 나는 전혀 알 수 없다.
살려주지도 못했고 개의 마지막을 보는게 두려워서 함께 해주지도 않은 나 대신 할머니 기일을 맞아 모인 본가의 가족들 곁에서 잠들어서 다행이다.
복사꽃 핀 농로 봄 먼지를 맞아가며 10년을 같이 하던 봄산책은 나의 봄우울을 낫게 해주고 건강과 수명을 늘려주었을텐데 꽃순이는 없다.
그리고 이제 산책을 잊은 나는 참 몸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