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야 뭐 원체 좋은 날이란 날은 다 끼어 있으니 젊건 늙건 돈이 술술 빠져나가는 달이다.
우리집도 그러하다.
어린이날부터 시작해서 어버이날에 양가 노친네들 일주일 간격 생신에, 애 다니는 기관 스승의 날 작게라도 챙겨야 하고, 부처님 오신날 등값까지 우리 남편 늙은 등골 갈려나가는 소리 들린다.
우리 같이 어중간한 쁘띠어버이들은 양쪽으로 돈을 뿌리고 다녀야 되니 아주 미치도록 즐겁단 말이다.
생신과 어버이날 등등이 겹쳐 고향 엄마에게 그냥 간단히 한큐에 끝내도록 하자니까 엄마는 5월엔 이제 농번기라 바쁘고 자식들도 바쁘니 그딴거 안하고 안오면 또 어떠냐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한다.
그래서 내가 아니 그럼 그토록 보고 싶은 엄마의 귀한 아들 며느리가 진짜 안오면 우짤것이냐고 마음에 없는 소리 좀 하지 말라고 막내답게 팩폭했다가 마음을 들킨 노모에게 집중포화를 맞고서야 알겠으니까 화 좀 그만 내라고 했다.
오빠의 스킬에 따르면 자존심 높은 엄마의 체면을 지켜주면서 진심을 알아내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야 하는데 나는 단순한 편이라 나이가 조금씩 드니 그게 더 어렵다. 하여간 어버이 비위 맞추는건 어렵다.
또한 고향의 아버지는 안 그런것 같으면서도 가슴팍에 카네이션 다는걸 굉장히 좋아했다.
어릴때 학교에서 만든 구질구질한 색종이 꽃을 아빠한테 달아주고 싶었어도 워낙 전혀 친하지 않았기에 머뭇거릴수 밖에 없어서 오후에 겨우 달아드리곤 했는데, 아침에 달았어야지 지금 다냐며 핀잔을 주곤 했다.
이젠 혹독하게 오글오글한 그 행사를 거치지 않아도 용돈 몇닢 드리며 무마할 수 있으니 차라리 다행이다 싶을때도 있다.
스승의 날에는 내 그림 스승들과 아이의 스승에게 작고 조촐스런 성의를 표하고, 짙지는 않으나 엄밀한 불교신도인 나니까 고향의 절과 시가의 절에 연등비를 드린다.
고향 절이야 고조모 증조모때부터 다니던 데라 나에겐 그 자체로 소울인 곳이고 시가의 절은 시가 식구 모두가 그 절을 다니고 있었다. 시조모 시고모 시숙모 시부 등등...
시어머니는 그 등쌀이 지긋지긋한지 다른 절에 간다고 한다ㅎㅎ그마음 알지알지...
그럼 내가 가겠다니까 그러라고 한다.
방문해보니 내 마음에 썩 드는 곳은 아니나 무릇 신앙이야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뭐 그런건 다 똑같으니 그냥 좋았다.
이 정도면 5월이 끝난다.
챙길 곳도 다닐 곳도 많으니 좋다고 해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