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적 어떤 여자가 드센 첩의 구박에 못이겨 고향을 떠나 본인 소생 아들 하나만 데리고 도망치듯 나와 산이 뒤로 있고 마을 가운데로 냇물이 흐르는 어느 마을에 정착했다. 여자는 재산 증식하는데 쌉천재였는지 엄청난 수완으로 새 살림을 불린 후엔 원래 그들이 마름집안으로 뿌리를 내렸던 본래 세거지 고향땅에까지 보란듯이 입성하여 임야와 대지를 사들였다. 후손들은 지금도 그 고향땅까지 가서 10월 제사를 지낸다. 드센 첩과 첩의 자식들은 말로가 안좋았다. 그런데 인간사 도돌이표인지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 맞았는지 그 가계에는 되려 첩들이 첩첩이 첩첩산중으로 들끓게 되었다. 첩을 들인 사람 탓인가 첩이 된 사람 탓인가 아니면 그 모든게 시대의 탓인가.
내 고향집 가계의 이야기다.
복잡하고 혹독한 가계라 엄마는 치를 떠는 시금치 고향집이지만 나는 그 집 씨종이다 보니 옛날 이야기가 좋아서 옛날 사진을 자주 봤다. 아주 오래된 어떤 잔치 사진속의 많은 꼰대들 사이 젊고 기쁘지도 나쁘지도 않은 낙낙한 표정의 어느 첩이라는 여자를 본 적이 있다. 엄마가 우리 할머니에게 듣기로는 첩이었으나 소생도 없이 아파서?병으로? 세상을 떴다고 했던것 같다. 누구의 첩이었는지는 지금 기억 안나는데 내 직계 영감의 첩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일찍 졸한 내 조부만 해도 첩을 했기에 첩이라면 질색팔색 죽일년 망할년이 자동으로 나오던 우리 할머니도 다른 첩년 욕은 해도 그 사진속 젊은 첩의 이야기는 의외로 험하게 하지 않았다. 어른의 첩이라 그럴수 있으나 어른의 첩도 첩년티내냐고 뒤에서 수군대던 할머니라 욕 안듣기는 쉽지 않았는데, 그 여자 이야기는 함부로 하지 않았다.
점잖고 조용했던 여자였던 것 같다.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너무너무 지난한 옛 이야기라 21세기의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사실 별로 없으나 첩으로 점철된 고향 가계는 몇년전 조부의 '작은댁'까지 세상을 떠나며 첩 스토리를 마감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끌어오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 꼴사나운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질뻔 했는데 낙낙한 얼굴의 사진속 첩 할머니가 물처럼 떠오르며 비교적 간략하게 첩의 이야기를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