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서울에서 대학동기들과 만나기로 했다.
아랫쪽보단 다들 위쪽에서 살고 있어서 촌사람 서울구경 하라고 서울에서 보자고 한다. 재미있겠다. 그냥 혼자 떠난다는거 자체가 지금부터 재미있다ㅎㅎ
모임에는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이 꼭 있다
이 모임도 그런 친구가 있는데 정말 너무나 너그럽고 무던한데다 멘탈이 보살급이다. 그럴만도 하다 싶은게 스님 딸이다. 모친인 스님이 친구가 어릴때 출가하셔서 절을 지으셨다 한다. 부친하고는 절연한걸로 안다.
나도 스님과는 인연이 있다. 자의 10%, 스님 의지 90%로 스님네 사찰의 단청과 불상을 손 봐 드린적이 있다.당시에 불상일을 막 그만둔때였는데 저는 일 몰라서 못한다고 극구 거절하며 친구한테도 난 못한다고 부담이라고 했으나 친구까지 우리 엄마 하나 꽂히면 그냥 꼭 해야 된다고 거절 쉽지 않을거라 해서 끌려가다시피 한달 정도 스님의 강원도 절에서 숙식한 적 있다. 10월의 홍천이 그렇게 추울줄이야.
그런만큼 산이 깊어서 아름답기도 했다. 내가 좀 든든하게 생기긴 했지만 같이 잣도 줍고 고구마 줄기도 까고 스님 안 계신 빈 절을 3일 정도 혼자 지키기도 했다. 이때 진짜 내가 대박 삐졌는데 스님이 신도에게 부탁해서 맛있는거 올려주셔서 먹고 나니 금방 풀렸다. 메뉴도 기억난다. 손두부전골이었나.나중에 스님이 ㅇㅇ야 너 트럭 끌고 내가 소개해주는 단청일 다녀라~ 더 있다 가~ 돈도 벌고 좋지 하며 꼬드겼지만 더 이상 커피집이 없는 산골은 이제 그만! 하며 뛰쳐나왔다.
그런 스님의 딸+ 타고난 성품으로 항상 많이 베풀고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 일없이 뾰족했던 나도 다른 친구들도 덕을 많이 봤다. 하지만 이 친구도 성격 자체는 호랑이라 화가 나면 신장급으로 열 받아서 건드리지도 못한다. 대학때 함께 의류회사 인턴 갔다가 부당한 대우에 엄청 분개하는거 봤는데 금방도 전화 와서 눈썹 리터치 때문에 화나서 으르렁댄다.
그런 친구는 불과 몇해전 사별했다. 참 좋은 부부사이였고 애들도 착하고 예쁜 가족이었는데 내 형제도 그랬듯 가끔 사람일은 그렇게도 된다. 누구 잘못도 아니고 그냥 그럴 것이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기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장례식땐 누구에게도 연락 않고 가족들과 치뤘다.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고 누구랑 연락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1년쯤 지난후에 담담히 이야기했다.
꾸준히 문자로 안부를 물을때마다 단답이었으나 이제 이름도 바꾸고 자긴 외국남자랑 재혼할거라고 농담도 할 정도로 회복하였다. 고마운 일이고 그래야한다.
넌 아직 젊으니까.
얼마만에 홀가분히 만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들 서울 사니 서로 서울말 늘었다고 사투리로 칭찬하는게 어이없어서 웃기기도 하다만 반갑게 만날 생각하니 기쁘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