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따 Mar 05. 2024

담배가게

비가 치적치적 오니까 비 오는 날 아버지 담배 심부름 했던 지난날이 생각난다. 팔순 다 된 아버지가 금연한 지는 30년쯤 되었지만 그전까지는 헤비 스모커였다 보니 담배 심부름 많이 갔다. 촌에 슈퍼가 있을 리 만무하고 담뱃집이라고 아버지 친구가 하는 나지막한 담뱃가게가 있었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아버지의 친구와 아버지 친구의 어머니인 그 댁 할머니는 담배 심부름 간 어린 내게 언제나 친절했고 담뱃집은 밤이면 사랑방처럼 우리 아버지처럼 화투도 치고 이빨도 까려고 놀러 오는 동네 사람으로 들끓었다. 친절했던 담뱃 할머니가 우리 엄마 이모할머니신데 중신을 서서 엄마가 고향집으로 시집온 것이다. 엄마는 늘 자기 이모할머니를 만나지면  이모 할매가 중신 잘못 서서 이런 집구석에서 고생만 죽도록 하고 있다고 신경질을 내었고 할머니는 아구아구 그래 내가 잘못했다 아구 저 년은 만날 내 탓한다고 작게 궁시렁댔다고 한다.

아버지 친구가 타계한 뒤에 담뱃집 할머니는 동네 또 다른 아들집으로 들어가셔서 담뱃집은 사라졌지만, 88을 피던 아버지는 한라산, 심플, 디스를 거쳐 에쎄가 출시될 때까지 흡연을 이어가다가 어느 날 담배를 뚝 끊었다. 집안에서의 흡연이 마당으로 넘어간 시절이었는데 술은 원래 안 하고 담배까지 완벽히 끊은 아버지는 딱히 사람이 바뀐 것은 없고 주는 것 없이 밉상스러운 꼰대영감으로 현재 잘 늙고 있는 중이다.

편의점 알바하면 담배이름 자연스럽게 다 외게 되는데 대학생 때 편순이 하면서 나도 그랬다. 세상 사람들이 에쎄만 사는 건 아니구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찍어 먹어 보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