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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Mar 08. 2024

밀어주기

나도 시험운이 딱히 좋고 그런 건 없고 그냥 딱 한만큼만 나오는 타입이다.

운칠기삼을 외쳐대며 오늘 그림 선생님께 이번 시험은 전 틀렸으니 조금이라도 더 젊은 내 기운이나 받아가시라고 선생님은 이번에야말로 꼭 붙으셔야 된다고 독려와 강요를 잔뜩 드린 후, 서로 가진 안료도 비교해 보고 준비물도 이것저것 챙겼다.  맘 먹고 새로 산 안채 안료를 내보이며 새거라구~ 뜯어보지도 않았다구~ 조심하라구! 하니 아이고오 지랄을 하고 있다고 조심하겠단다.

선생님은 속도가 너무 늦다고 똑바로 지 못하겠냐고 내 등을 마구 떠밀며 의자에 앉혀, 샤프심 굵다고 새 샤프 쥐여줘, 라이트 박스 켜줘, 물 끓여 더니만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왜 니 수발을 해주고 있는 거 같지, 하면서도 계속 혼자서 쉴 새 없이 바쁘다. 늦다고 핀잔줄 땐 언제고 이것 좀 보라며 습화 하는데 갑분 손녀 사진을 들이밀기도 한다. 

 이제 집에 갈 건데 쌤님작업대에 앉아서 하세요 하니까 난 바닥에서 할래... 하더니 아까 찜닭 과했나 봐 잠 온다... 하며 오늘따라 유난히 따뜻하게 3월 볕이 드는 벽에 머리 기대고 앉아 계신다.

이래 가지고 나는 진짜 영정이나 어진 나오면 뒤졌다 하니까 응... 그런 거 나올 확률 높지 하시길래 혹시 중도에 나가는 사람 있었어요? 하니 야! 그런 사람 없다~ 멀리서 다들 와서 미완성이면 모를까 왜! 너 나가게~?? 하더니  음... 그런 사람 있었나? 있을 수도 있겠다 하신다. 쌤님 제자가 최초로 추노 할 수도 있어요 쌤님... 엄청난 속도 개선을 약속드리고 다음 주에 다시 뵙고 완성작을 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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