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선생님 연배와 비슷하신 불화반의 보살님이 이제 나이 드니 자꾸 무릎 아프고 허리 아프고 그림 처음 하던 설렘도 사라지고 잘하지도 못하니 귀찮을 때가 더 많지만, 그럼에도 절에 가서 절 한번 하고 오면 새삼 감사함이 들면서 그 감사함에 먼 길 달려 그림을 하러 온다고 하셨다. 대화에 끼지 않고 잠자코 있다가 그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 감사함에 나도 동의하고 싶었으니까. 그분이 예전에 짧게 밝힌 어떤 가정사를 제외하고도 재미없을 정도로 진지한 전직 교사이자 불자인 그 보살님께 마음으로 작은 경의를 보냈다. 그런데 같이 대화 나누시던 분은 T인지 잉 감사?? 감사할게 뭐 있냐고 영 이해가 안 된다고 부연설명을 요구한다. 뭐 사정을 모르고 사람을 몰라서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보살님에 대해서는 모른다. 성향이나 대화가 딱히 맞지는 않지만 그가 느끼는 그 감사함에는 분명 짧지만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내 그림 선생님도 그 감사함에는 깊은 동의와 애정을 표했을 것이다. 우리 선생님이 좀 허당이긴 하지만 신념엔 진심이다. 오롯하고 바른 신념의 중요함과 아름다움을 부쩍 체감한다. 그게 어떤 종교이든 상관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