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따 May 10. 2024

잘됐다

구석에서 잠자코 긴 잠만 자는 내 보살님들 두 점을 친구에게 보시하기로 했다. 원래 세 점 중에 한 점은 다른 친구가 모셔갔다. 가족이 스님인 친구다. 이번에 남은 두 점을 흔쾌히 모셔가겠다는 친구도 어머니가 그 방면으로 깊은 분이니 내 보살님들이 주릴 일은 없겠다고 생각 든다.  기쁘다. 주린다고 하니 다소 묘한데 애정과 관심에 주릴 일이 없겠단 말이다. 달리 점안식을 치르지 않더라도 어느 법당에 걸리면 오며 가며 온기와 향을 잡것이고 일반 집이라도 점안식 없으면 걸어두어도 상관없다고 하니 괜찮을 듯하다. 점안식이라는 건 그림이나 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의례이다. 돌멩이 하나도 인간의 염을 쐬면 신이 깃든다는데 수많은 대중의 기운을 받는 화나 불상 생명을 가질 수 있도록 치르는 의식은 결코 쉽지가 않고 함부로도 안된다. 점안을 받는다면 영광이고 안주처를 찾는 것만 해도 몹시 기쁜 마음의 보시다. 그럼 니네 집 걸면 되지 왜 그걸 남 주냐 할 수도 있는데 내가 감당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우리 가족 몸뚱아리를 겨우 갈무리하는 집 평수에 전지 크기만 한 분들 장차는 더 큰 사이즈를 그릴텐데 그럴 때마다 죄다 걸어놓을 수가 없다.  집구 서랍 속은 맥시멀이지만 이래뵈도 벽만은 미니멀리스트다. 아들이 생쥐처럼 벽지를 후벼 뜯고 벽에 죄책감 1도 없이 낙서하는 건 별 수 없지만 벽에 뭘 거는 것만은 별로다. 우리 집 벽에 걸린 건 40인치 티브이랑 스님이 주신 30센티 액자 하나뿐이다. 결정적으로 나는 그리는 사람이지 감당할만한 사람은 아니다. 감당할 분들은 따로 있. 고 생각한다. 그거야 순전히 믿음의 영역이다. 누군가 나의 보살님들을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게 모셔주신다는 생각만 해도 감사하고 편한 마음이 든다. 력이 쌓이면 돈 받고 팔아먹을지언정 아직은 내가 그 수준이 못되니 모셔가준다면 그저 고맙쓰... 

작가의 이전글 빵, 떡, 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