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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May 15. 2024

부처님 오신 날

예나 지금이나 고향에서나 이제 내 집에서나 매년 청도 운문사 청신암 절에서 주는 달력을 쓴다. 촌무릇 농협이나 축협 수협 달력이 국룰이지만 방에는 작은 달력 필요하니까. 절에서는 큰 달력 미니달력 두 가지를 주시는데 나는 미니 달력을 가져온다. 손바닥만 한 달력은 아주 알차서 음력이든 손없는 날이든 뭐든 다 적혀 있다. 내 최애달력인데 절에서 이 미니 달력 안 주시면 되게 아쉬울 거 같다.

옛날에 내가 어렸을 땐데 그 해 절에서 받은 달력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달력 화보에 엄청나게 화려하고 예쁜 옷을 입고 보석으로 치장한 선녀 그림들이 가득했기 때문에 그 달력을 그 해 내내 아꼈던 기억이 있다. 그 선녀화보가 불화 탱화였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절에서 주는 달력이니 당연히 불화가 찍혀있을 법도 한데 그걸 뭘 새삼스레 생각하고 자시고 둔했. 그렇지만 미취학 아동이 뭘 안다고 그 달력을 그렇게 좋아했던 거 보면 결국은 나는 부처님 그릴 팔자였다고 혼자 필연적인 감성스토리를 부여해 본다. 그때는 저작권 개념이 희박해서 그런 달력도 나왔는가 싶은데 요새는 주로 일러스트나 보편적으로 쓰는 사진들로 달력이 나온다. 올해 받은 달력의 일러스트를 보고 조금 웃었다. 필시 일러스트의 스님들과 고양이 개들이 청신암에 계신 주지스님, 큰스님 두 분과 애묘 애견들이겠기에.

엄청 큰 고양이

등값은 미리 절에 드렸고 올해도 아이에게 보살행 중간중간 현자타임 세게 맞으며  참된 부모의 시간으로 보낸다.


한국불교대학 관음사 회주스님인 우학큰스님이 스님이란 단어는 예사말로 어원은 '승임(僧任)'에서 왔다고 하셨다. 소임을 하는 승려란 뜻으로 스님의 '님'자가 높이는 말이 아니라 부르다 보니 그렇게 변한 것이란다. 부처님 오신 날 기념 한토막 지식이랄까. 근데 부처님 정말 죄송한데 이제 그만 빨리 내일 돼서 가셨으면 좋겠다. 애도 빨리 기관 갔으면 좋겠다. 이제 5월에 휴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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