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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May 23. 2024

복숭아에 부쳐

복숭아를 싫어한다. 정확히는 고향 우리 집 복숭아를 싫어한다. 우리 집은 항상 뭐가 잘 안 되는 편이었지만 복숭아도 그랬다. 게다가 우리 아버지는 복숭아밭에서 항상 사달을 잘 냈다. 사다리가 넘어져 코뼈가 나간다거나 발을 잘못 디뎌 복사뼈가 박살 난다거나 풀을 베다가 발가락을 크게 베이거나 전정하다 복숭아 가지에 눈 주변이 심하게 찰싹 할퀴거나 그렇다. 근데 옆에서 볼 땐 100프로 아버지 부주의다. 내가 부주의의 부하쯤 된다면 아버지는 부주의의 아이콘인걸 알고 있지만 연세가 들면 그 부주의가 바로 수명하고 연관되기에 팔십 다 된 영감 항상 불안 불안하다.


엄마를 힘들게 한 것도 복숭아밭이었다.

비탈진 산의 복숭아밭도 힘들었지만 가장 우환덩어리인 복숭아밭은 엄마 설명으로는 아버지가 상의도 없이 덜컥 문전옥답을 팔아 어이없이 멀고 험한 밭을 사서 복숭아밭으로 만들었는데 이게 천변옆이라 안개 때문에 작황이 좋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땡볕에 언니를 업고 새참을 이고서 눈물을 흘리며 오간 복숭아밭은 심지어 국유지가 포함되어 있는 걸 모르고 아버지가 속아서 산 땅이었다. 땅부터가 이러니 내가 복숭아가 좋을 리 없다.

그래도 엄마는 복숭아 맛있단다. 감과 이성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눈물로 딴 복숭아가 너무너무 맛있단다. 고생 끝의 열매일까. 외려 아버지는 나처럼 복숭아는 입에도 안 대고 포도든 뭐든 본인이 지은 과일 말고 돈 주고 사 먹는 비싼 수박을 제일 좋아한다. 나도 돈 주고 사 먹는 무지개 망고가 조크든요. 정말 아버지 자식이다. 올해부터 마지막 복숭아 농사도 남을 주고 후련한 동시에 엄마는 아쉬워했다. 분명 저기 우리가 손 떼면 잘 될 거 같다고 그런다. 맛있는 복숭아 이제 못 먹는다고 동네 형님들이 따다 남으면 좀 주겠지 씁쓸해한다. 그깟 복숭아 따위 뭔 상관이냐니까 얘야 너 복숭아 싫으냐고 묻는다. 그럼 싫지 엄마 복숭아에서는 일 냄새가 풀풀 난다니까 웃으면서 맞아 내가 너 재워두고 복숭아밭일 많이 나갔지 한다. 그래도 나를 가졌을 때 복숭아 하나는 원 없이 먹었단다. 아! 우리 애를 가졌을 때 나도 지금은 조부모님 납골터로 조성해 없어진  복숭아밭이었던 산에 온통 흐드러지게 복사꽃이 핀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애가 꽃을 좋아한다.


이제 곧 복숭아가 나올 때가 되었다. 여담으로 우리 남편은 고향 복숭아를 참 좋아했다. 항상 와 드디어 자두 나왔네?라고 하는 게 의아했지만. 여보 복숭아야. 시어머니도 똑같았다. 얘야 사돈한테 자두 잘 먹었다고 전해드려라. 어머니 복숭아예요. 이 짓을 8년 했다. 이래서 나락농사짓는 집하곤 상종을... 이 또한 이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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