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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Jun 12. 2024

구도자

지긋해뵈는 수녀님이 길을 물어보셨다.

우리 집 근방에는 유독 기독교 성지가 많아서 수녀님들을 길에서 마트에서 어디서나 쉽게 뵙는다. 유서 깊은 가톨릭신학교와 수녀회 기독교근대유적 등등 이 일대에 포진하고 있는데 가톨릭 개신교 할 것 없이 기독교인들에게는 축복의 땅인 것이다. 하여간 예전에 스님이 너네 동네 수녀회에 있는 성모당에 가봤냐고 너무 좋으니까 꼭 가보라고 하신 게 기억나는데 수녀님이 바로 그 성모당을 찾고 계셨다. 나도 거기가 어딘지는 아는데 길치종특 갑자기 그렇게 훅 들어오면 눈을 아무리 꿈뻑여도 주변건물이나 지리는 하나도 연상이 안된다.

그냥 가려다 맵을 켜서 함께 보며 대충 알려드렸다.

아니 수녀회가 저기 바로 코앞인데 이 더운 날 이 지긋하신 수도자가 헤맬 거 생각하니 조금 안쓰러웠다. 수녀님은 딱히 그런 생각 안 하실 테지만 여하튼 잘 찾으셨으려나. 스님이나 수녀님이나 긴 수도복을 입고도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갈 길 가시는 게 신기하다. 속인은 더워서 아침부터 벌써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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