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지나오는데 진하게 훅 끼치는 냄새.
기름에 부친 두부와 쌀뜨물과 조선간장과 마늘의 조화속.아 이건 두부국이야,두부국 냄새야.두부.
할머니만 끓일 수 있지.아 그 냄새다.바로 그 냄새.
할머니도 돌아가시기 몇 년전부터는 이 국을 끓이지 않았다. 이 국은 직접 만든 두부로 끓여야만 더 구수하니까.
두부 내는 일이란게 일만 많고 번거롭기 그지없고 시누이 주고 시동생 주고 하다 보면 엄마 속만 뒤집는 일이라서,나중엔 그냥 집어치우고 조금씩 사다먹었으니 넉넉하게 두부국 끓일만한 양은 안되서 안 끓였던거 같다.
끓이는 과정도 꽤나 일이 많아서 엄마는 안 끓여준다. 엄마는 할머니보다 훨씬 맑고 깔끔하게 끓일 줄 알지만 더 이상 끓이지 않는다.
할머니는 참기름에 부친 두부에다 쌀뜨물을 붓고 마늘을 빻아 넣고 조선간장을 넉넉히 쳐서 간이 센 빡빡하고 진한 두부국을 끓였다.
나는 그걸 좋아했다. 참 좋아했다.
사실 골목길에서 맡은 냄새의 그 집에서 두부국을 끓여먹었는지는 모른다. 그저 국간장으로 맛을 낸 음식을 했을 뿐인지도.
그런데 그냥 그 구수하고 뜨뜻한 냄새를 맡으니 할머니의 두부국이 생각나서 눈물이 팍 쏟아졌다.
나도 그 레시피는 아는 바 끓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콧물 가득 낑구고 다니던 시절 추운 겨울 저녁에 그토록 지겹게 복작대던 가족들과 후루룩 뜨던 그 두부국 맛은 안날게 뻔하니 못 끓이겠다.
나는 가족과 행복했던 추억도 딱히 없는데 겨울에 풍기는 뜨끈하고 습습한 '집'냄새를 맡으면 유독 감상에 젖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