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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Sep 10. 2017

Gallup 강점 진단을 받고 나서

존재감 "Significance"

며칠 전 공인 Gallup에서 진행하는 강점 진단 분석을 받았다. 살면서 "도대체 내가 잘하는 게 뭘까?" 혹은 "나의 장점은 뭐지?"라는 고민을 숱하게 하고 살았다. 노트를 꺼내 나의 장점을 하나하나 적어보려고 시도해 본적도 참 많다. 하지만 나의 장점을 써 내려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내 기억으로 장점을 적는데 3개 이상을 넘겨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으니 어찌 보면 참 나에게 관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강점 진단을 받으면 나의 5가지 강점을 알려준다. 곧 나의 검사 결과에 따른 전문 코치의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지만 강점이라고 나온 것 중 예상치 못했고 눈에 띄는 게 있어서 거기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존재감 "Significance" 


존재감 테마가 특히 강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로 비치기를 바랍니다. 


존재감에 대해서 설명한 문장을 뜯어보면 여기서 이야기하는 존재감을 '인정 욕구'로 바꿔서 해석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로 비치기를 바라는 것, 그것은 곧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나는 사실 '인정 욕구'가 상당히 강한 편에 속하는 사람인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1 


고등학교 시절, 나는 전교권에서 놀진 못하지만 반에서 5등 정도 하는 학생이었다. 그중에 특히 수학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은 종종 어려운 수학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나에게 와서 묻곤 했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수학 문제를 알려주는 것을 꽤 즐기곤 했다. 친구가 모르는 문제를 내가 알려줘서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뿌듯한 보다는 나의 수학 실력을 인정받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와서 못 푸는 것보다, 친구들이 가져온 수학 문제를 풀어주지 못할 때 더 큰 좌절감을 느끼곤 했다. 



#2 


군대 이등병 시절, 친했던 형이 근처 부대에서 나보다 조금 먼저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 그 형 부대로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군대에서 군인에게 전화를 하다니 나도 어지간히 전화할 사람이 없었나 보다. 아무튼 우리는 서로의 군생활을 이야기하며 안부를 전하곤 했다. 그리고 그 형이 한 말 중에 아직도 기억이 남는 말이 있다. 참고로 그 형은 화포와 관련된 주특기를 갖고 있는 형이었다. 


"나보다 한 달 고참이 있는데, 엄청 아는 체 하면서 갈구더라. 그래서 주특기 교육을 받을 때 받았던 책을 보고 진짜 빡세게 공부했어. 그 새끼보다 더 많이 알려고. 결국 내가 더 많이 알게 되니까 나보고 뭐라고 못하더라. 너도 선임들에게 인정받아. 그러면 군생활이 조금은 편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기저로 깔려있긴 했으나, 그 이야기를 듣고 소위 말하는 A급 신병이 되어서 부대 내에서 인정을 받으려고 더욱 애를 많이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인정 욕구'는 군대 같은 계급 집단에서 많은 덕을 보는 것도 사실이다. 나름 똘똘하다는 첫인상이 생기고 나서 군생활이 나름 편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군생활이 편해져 봤자, 거기서 거기이긴 하다. 


#3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이 조금 지날 무렵에 새로운 프로젝트 하나를 인수인계받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옥문이 열리는 서막이었다. 입사한 지 1년이 되긴 했지만 신입 교육을 받는데 거진 3개월을 써먹고, 교육을 받는 도중에 조직 변경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그 당시 부서에 온 지 불과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아직은 설계자로서 1인분이 아니라, 0.1인분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받게 된 업무는 너무 어려웠다. 이걸 신입인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가 의구심이 생길 정도였다. 겨우겨우 상사들에게 묻고 또 물어가며 겨우겨우 버텨나갔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고 가끔 정말 하늘이 노랗게 보인 날도 있었다. 


사실 한계라고 느꼈을 때 '팀장님, 저 이 프로젝트는 도저히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고, 그게 나에게도 조직에게도 도움이 되는 현명한 방법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당시에는 도저히 그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말을 꺼내는 것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얘는 이 정도까지 구나.'라고 남들에게 평가받는 것이 죽도록 싫었다. 인정 욕구가 강했던 만큼, 남들이 나에게 실망하는 것을 나는 참지 못했던 것 같다. 



남들에게 왜 인정받고 싶을까?

내가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것을 강점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Gallup 강점 진단에서 '존재감'이라는 것이 강점으로 나왔을 때 놀란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것도 강점이 될 수 있어?라고 말이다. 


'인정 욕구'를 강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지나치게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을 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창 고민이 많던 시기에, 내가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해 모르고,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이유가 주변 사람들을 너무 의식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히려 단점이라고 생각했지 강점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진단을 계기로 한번 생각해 보자면, 결국 나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것은 남들에게 인정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욕구의 앞단을 들여다보면 남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필요한 선행 단계가 있다.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친구들에게 어려운 수학 문제를 알려줄 때도 그랬고, 군대에서 선임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도 그랬고, 회사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해 나갈 때도 그랬고, 결국 남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앞단에는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과정이 있었다. 결국  스스로 나의 가치를 증명해 내지 못하면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


그리고 나의 욕구는 단순히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욕구가 아닌, 그들의 인정을 받을 만큼 스스로를 가치 있게 만들고 성장시키는 것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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