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초반 부분, 주인공은 출근길에 충동적으로 몬탁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기억에 남지만, 유독 이 충동적인 행동이 내게는 꽤 강렬했나 보다.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습관적으로 출근길 지하철 탑승칸은 환승이 가장 빠른 한 곳을 고른다. 나를 마주하는 사람들이 매일 순간마다 다를 것 같지만, 사실 죽전역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나면, 어제도 그제도 마주친 사람들이 꽤 된다. 저마다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겹쳐, 마치 트루먼쇼처럼 어떤 한 주는 같은 사람을 일주일 내내 마주치는 적도 있다.
“충동적인 생각”은 그런 의미에서 탈출구가 되어 준다. “오늘도 즐거운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지하철 종점 안내 방송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많이 이터널 선샤인 속 장면을 떠올렸는지 모른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저 강릉 해변 어디쯤, 부산 바다 모래사장 위를 거닐고 있는데. 그렇다고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아는 데서 굳이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 반복적인 하루라는 커다란 돌에 균열을 야기할 충분한 도구가 돼주는 것을 아니까. 그렇게 오늘도 나는 커다란 돌을 철저히 깨부순다.